교환학생 해외 가는 ‘갓수’… 학비 벌러 알바 가는 ‘백수’

한기재기자

입력 2017-04-13 03:00 수정 2017-04-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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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1부 ‘노오력’의 배신


부모 월 소득은 200만 원가량. 어학연수는커녕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기억이 더 생생하다. 생계 유지와 취업 준비라는 ‘이중전선’에서 싸우다 지친, 100번을 도전해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는 일반 ‘백(100)수’들의 이야기다.

이런 일반 백수들은 생활비 걱정 없이 취준전선에 올인(다걸기)할 수 있는 청년을 ‘신이 내린 백수’라는 뜻의 ‘갓(God)수’로 부른다. 비(非)서울 4년제 대학 출신이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환경은 전혀 다른 전현직 백수와 갓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자기소개서를 비교 분석했다.




● ‘갓수’의 자기소개서
어학 실력 키워 기업체 인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도전 정신을 키웠습니다. … 대학 입학 후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고 교내 사진전 입상 목표를 세웠습니다. 주말마다 학교 캠퍼스와 서울 고궁으로 ‘출사’를 나갔고, 시야를 넓혀 보고자 일본 규슈와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건너가 셔터를 눌렀습니다.”

→백수 vs 갓수 ① 가구 소득 차이: 갓수는 다양한 취미를 통한 자기계발에 능하다. 넉넉한 부모 덕이 크다. 대학 시절 자기계발형 근로 경험이 있는 갓수 출신 사회초년생들의 42.7%는 부모 월 소득이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이다. 반면 생계형 근로 경험이 있는 사회초년생, 즉 일반 백수 출신 51.1%는 부모 월 소득이 1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이다.(한국고용정보원·2016년)

“대학 시절 국제적 감각을 익히겠다는 목표는 교환학생으로 선발되면서 이뤘습니다. 유럽 L국에서 보낸 6개월, 그리고 학기가 종료된 뒤 떠난 두 달 동안의 유럽 일주 여행을 통해 외국어 실력을 키웠을 뿐 아니라….”

→백수 vs 갓수 ② 해외 경험 차이: 갓수 출신 사회초년생의 23.4%는 대학 시절 해외연수 경험이 있다. 반면 일반 백수 출신 사회초년생은 12.2%만 대학 시절 해외연수 경험이 있다.(한국고용정보원·2016년)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동종업계 B사 재무부 인턴 시절 이뤘습니다. 아르바이트생 급여 지급 여부와 연말정산 관련 서류를 관리하면서 꼼꼼함의 중요성을 배웠고 업무의 원활한 처리에 기여했습니다.”

→백수 vs 갓수 ③ 인턴 경험 차이: 가구 소득이 높으면 인턴을 해봤을 가능성도 높다. 가구 소득이 2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인 대학 졸업생의 12.5%가 인턴 경험이 있었던 반면 가구 소득 500만 원 이상인 대학 졸업생의 18.1%가 인턴 경험이 있었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2012년)


● ‘백수’의 자기소개서
서빙-콜센터 일로 사회 경험


“무슨 일을 하든 배우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미취학 아동들을 돌보는 일부터 수학여행길에 오른 중학생들의 일일 인솔교사 업무, 백화점 뷔페 서빙, 마트 추석선물세트 포장 업무, 인터넷 쇼핑몰 콜센터 아르바이트까지, 그 누구보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백수 vs 갓수 ④ 학점 차이: 이처럼 생계형 격무에 시달리는 백수 출신 사회초년생의 평균 학점은 4.5 만점에 3.66이다. 갓수 출신 사회초년생의 평균 학점은 3.75. 자기계발 시간 확보가 쉬운 후자의 학점이 높다.(한국고용정보원·2016년)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쌓은 끈기와 자신감은 201×년 지방권의 한 공공기관에서 한 학기 동안 계약직으로 일할 기회를 잡았을 때 빛을 발했습니다. 업무를 자원해 외국인과 직접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공예품을 수입해 기관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사업이었습니다. 현지인과 e메일과 국제전화를 주고받으며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백수 vs 갓수 ⑤ 토익 성적 차이: 백수들은 갓수보다 해외 경험이 적다. 외국어를 실제로 사용해 볼 기회도 제한적이다. 주요 스펙인 토익 점수 차이는 이 같은 환경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가구 소득이 100만 원 상승할 때마다 토익 점수는 평균 21점 높아진다.(한국개발연구원·2012년)

대학 시절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백수들은 평균적으로 학점과 토익 점수가 낮고 해외 체류 기회와 인턴 경험이 적다. 이는 취직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와 상관관계를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백수 출신 중 대기업(근로자 500인 이상) 입사자 비율은 14.4%, 갓수 출신은 17.8%였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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