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만동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1951년 그때 그 시절로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4-13 05:45 수정 2017-04-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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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사진부터 시계방향)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투어에서 만난 골목길의 벽화.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이 인상적인 벽화는 1951년 사진 ‘감만동 피란민촌 아이들’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부산 야경명소 ‘역사의 디오라마’에서 바라본 부산항대교와 시내 야경. 피란수도 시절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로 지금은 전쟁 당시 생활상을 소개하는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근대사 발자취 따라간 부산 스토리투어
비석문화마을 곳곳엔 피란민 삶의 흔적
초량·영주동 전망대 운치있는 야경 명소

부산을 여행한다고 하면 흔히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등의 바닷가 명소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행지 부산에는 시원스런 바다풍경을 자랑하는 이곳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반대로 돌려 내륙 쪽을 보면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명소들이 있다. 부산은 최근 한국전쟁 당시 수도의 역할을 맡았던 피란수도의 문화·역사적 테마를 관광콘텐츠로 개발한 ‘원도심 스토리투어’로 주목받고 있다.


● 피란민의 애달픈 삶의 현장, 비석문화마을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의 키워드는 산복도로다. 평지가 좁은 부산의 특성상 개항기와 한국전쟁 당시 많은 이방인은 산자락 비탈진 곳에 터전을 잡았다. 그 마을들을 연결한 산복도로는 부산의 역사를 상징하는 지표이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도 산복도로변에 있다. 토성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감천문화마을 방향으로 가다 보면 천마산 고개 못미쳐 만날 수 있다.

부산 곳곳에 피란민의 애달픈 삶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 있는데 비석문화마을은 유래가 유독 각별하다. 이름 그대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공동묘지였던 지역을 개조해 피란민이 터전을 잡은 곳이다. 무덤의 비석과 초석 등을 기초로 해 그 위에 천막이나 판잣집을 지었고, 이후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다시 집을 올려 살았다. 마을 초입에 무덤 석물 위에 집을 지었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건물이 이정표처럼 자리잡고 있다.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난 동네를 거닐다 보면 집의 정화조 수리 중 우연히 발견한 일본식 지장보살을 모신 모습부터 축대 대신 일본인 묘비를 썼던 흔적까지 예상치 못했던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골목길과 닿은 집 벽면에는 다양한 벽화들도 그려져 있다. 그중 1951년 사진 ‘감만동 피란민촌 아이들’을 그대로 그린 벽화는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이 보는 이의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 초량·영주동의 부산 야경명소들

부산역과 가까운 초량동, 영주동 일대에는 시내와 항만을 한번에 내려다보는 야경 명소들이 있다. 우선 시인 청마 유치환 우체통 전망대가 있다. 초량동 산복도로의 전망대로 이곳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1년 뒤에 받아볼 수 있다.

이곳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면 만나는 친환경 스카이웨이 전망대는 야경을 편히 보도록 나무데크로 계단과 산책로를 만들었다. 봄철엔 은은한 바닥조명과 머리 위 벚꽃이 어우러지고, 눈앞으로 항구의 야경이 펼쳐진다.

영주동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는 야경 감상에 약간의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먼저 야외전시실에서 볼 때는 자리를 잡고 움직이면 안된다. 조명이 동작센서만 있어 한번 불이 들어오면 꽤 오랫동안 켜져 야경 감상을 방해한다. 2층 야외전망대에서는 항만 전경 못지않게 산복도로 동네의 노란 나트륨 가로등과 골목길이 운치있게 어우러진 야경이 일품이다.


● 1023일 대한민국 수도의 발자취, 임시수도기념관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1950년 8월18일부터 10월26일, 1951년 1월4일부터 1953년 8월14일까지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연산동 임시수도기념관은 이승만 대통령 관저와 기념관으로 구성해 피란시절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2층으로 된 대통령 관저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 거실, 침실, 욕실, 식당 등을 당시 생활집기 등을 통해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뒷편의 전시관은 부산 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관사로 부산의 근대사와 피란 당시의 삶을 기록한 각종 사진, 유물 등이 있다.

부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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