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짐 덜어주자
권기범 기자 , 김아연 기자
입력 2017-03-31 03:00 수정 2017-03-31 03:00
[2020 행복원정대/청년에게 희망을]청년에게 희망을
창간 100주년까지 행복 캠페인
청년 SNS 게시물 1만건 분석… 불행 관련이 행복의 5.8배
취업난-고용불안 해법 찾아야
‘이생망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전공을 찾아야 할까요. 탈조선 시켜 주시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26일 한 대학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를 줄인 말이고, ‘탈조선’은 ‘헬(hell)조선을 탈출한다’는 뜻이다. 부모 세대에겐 동의하기 힘든 낯선 신조어지만, 2%대 저성장과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들은 시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현실을 타박하고 ‘다음 생에서나 잘해 보겠다’고 자포자기하는 ‘이생망 세대’. 그들은 2017년 대한민국 청년의 아픈 자화상이다. 청년들의 생각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SNS는 ‘불행의 바다’로 바뀐 지 오래다.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팀과 20대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지난 1년간 올라온 게시물 1만281건을 분석한 결과 불행 관련 내용이 행복 관련 게시물의 약 5.8배로 조사됐다. 불행감이 행복감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청년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도 드러났다. 취재팀이 10개의 행복 조건별로 행복감을 표출한 게시물 대비 불행감을 언급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정치·사회 문제(84.3배) △돈(29배) △취업(11.2배) △가족(10.4배) △개인(8.8배) 등의 순으로 불행 관련 게시물이 많았다.
반면 △시간 여유(0.4배) △친구(4.6배) △꿈(5.7배) △학교·학업(7.0배) 등의 요인에서는 비교적 불행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청년들이 팍팍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끼면서 일상의 작은 일과 주변 사람에게 행복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 교수는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고 불안과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청년들의 관심이 눈앞에 벌어진 현실에 매몰돼 있다”며 “요즘 청년들은 ‘소소한 일상에서의 소망과 불안’을 느끼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이는 배 교수팀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행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청년들은 ‘현재의 불안 요인’으로 △취업·고용 불안(34.7%) △경제적 상태(22.6%)를 꼽았다. ‘행복의 필요조건’으로는 △화목한 가정(29.6%) △경제적 여유(22.1%) △건강(20.6%) △시간적 여유(11.6%) △좋은 친구(10.1%)를 선택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 ‘행복 원정대 2020프로젝트’는 2017년 주제로 ‘청년 행복’을 선택했다.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가는 ‘행복 불감증’ 청년들에게 행복을 되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아연 기자
창간 100주년까지 행복 캠페인
청년 SNS 게시물 1만건 분석… 불행 관련이 행복의 5.8배
취업난-고용불안 해법 찾아야
‘이생망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전공을 찾아야 할까요. 탈조선 시켜 주시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26일 한 대학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를 줄인 말이고, ‘탈조선’은 ‘헬(hell)조선을 탈출한다’는 뜻이다. 부모 세대에겐 동의하기 힘든 낯선 신조어지만, 2%대 저성장과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들은 시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현실을 타박하고 ‘다음 생에서나 잘해 보겠다’고 자포자기하는 ‘이생망 세대’. 그들은 2017년 대한민국 청년의 아픈 자화상이다. 청년들의 생각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SNS는 ‘불행의 바다’로 바뀐 지 오래다.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팀과 20대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지난 1년간 올라온 게시물 1만281건을 분석한 결과 불행 관련 내용이 행복 관련 게시물의 약 5.8배로 조사됐다. 불행감이 행복감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청년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도 드러났다. 취재팀이 10개의 행복 조건별로 행복감을 표출한 게시물 대비 불행감을 언급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정치·사회 문제(84.3배) △돈(29배) △취업(11.2배) △가족(10.4배) △개인(8.8배) 등의 순으로 불행 관련 게시물이 많았다.
반면 △시간 여유(0.4배) △친구(4.6배) △꿈(5.7배) △학교·학업(7.0배) 등의 요인에서는 비교적 불행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청년들이 팍팍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느끼면서 일상의 작은 일과 주변 사람에게 행복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 교수는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고 불안과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청년들의 관심이 눈앞에 벌어진 현실에 매몰돼 있다”며 “요즘 청년들은 ‘소소한 일상에서의 소망과 불안’을 느끼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이는 배 교수팀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행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청년들은 ‘현재의 불안 요인’으로 △취업·고용 불안(34.7%) △경제적 상태(22.6%)를 꼽았다. ‘행복의 필요조건’으로는 △화목한 가정(29.6%) △경제적 여유(22.1%) △건강(20.6%) △시간적 여유(11.6%) △좋은 친구(10.1%)를 선택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 ‘행복 원정대 2020프로젝트’는 2017년 주제로 ‘청년 행복’을 선택했다.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가는 ‘행복 불감증’ 청년들에게 행복을 되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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