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하게 하는 작품”

손효림기자

입력 2017-03-31 03:00:00 수정 2017-03-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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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운틴헤드’ 들고 내한… 연출가 이보 반 호브

이보 반 호브는 2012년 ‘오프닝 나이트’에 이어 ‘파운틴헤드’로 두 번째 내한 무대를 선보인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긴박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가능한 한 큰 스케일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나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해야 할지, 관객이 원하는 걸 따라야 할지 늘 고민합니다. 예술가의 이런 대립을 부각시킨 연극 ‘파운틴헤드’는 관객에게도 개인주의적인 삶과 사회와 어울리며 지내는 삶 가운데 어떤 걸 선택할지 생각하게 만들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연출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이보 반 호브(59)는 3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운틴헤드’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4시간짜리 이 연극은 LG아트센터에서 31일부터 사흘간 공연된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소설가 아인 랜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저작권을 확보하려 6년간 매달렸단다.

“책을 선물 받았는데 책장을 펼치자마자 750페이지를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너무나 매혹적이었어요. 연극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졌죠.”

벨기에 출신인 그는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영국 올리비에상(2015년), 미국 토니상(2016년)에서 최고연출상과 작품상을 각각 수상했다. 2015년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와 함께 ‘안티고네’를 올렸고, 다음 달에는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주드 로가 출연하는 ‘강박관념’을 초연한다. 그의 작품은 런던, 뉴욕, 파리, 암스테르담 등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 영화로도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연극 ‘파운틴헤드’에서 하워드 로크(오른쪽)와 천재 조각가 스티븐 맬러리(왼쪽)가 신전을 만들기위해 도미니크 프랭컨에게 영감을 얻는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건축가의 세계를 그린 ‘파운틴헤드’는 다수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하워드 로크와 사회적 평판과 성공을 위해 질주하는 피터 키팅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로크의 불꽃같은 사랑도 녹였다. 그는 “로크는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예술가로서 닮고 싶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사랑을 부각시키는 데 대해서는 “사랑은 삶의 엔진이자 풀리지 않는 고대의 수수께끼와 같아 언제나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자기중심주의와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한 아인 랜드의 사상과 작품을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신봉한다는 점에서 ‘파운틴헤드’를 연극화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나치가 바그너의 오페라를 정치 선동에 사용했다고 해서 바그너의 작품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인 랜드의 주장은 독단적이어서 충격을 주지만, 그런 전복성 때문에 사람들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부터 네덜란드 최대의 레퍼토리 극단인 토닐그룹 암스테르담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극단 배우는 22명이다. 한국 무대에서 ‘파운틴헤드’를 선보이는 이들은 빼어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축제가 아니라 연극계 올림픽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자고 말합니다. 몸의 언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움직이며 연습해요. 배우들에게 다음 장면이 뭔지 예측하지 말고 매 순간 도전하라고 강조하고요.”

그는 세계적인 연출가의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해 성공 그 자체보다는 국제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내 생각이 여러 문화권에서 존중받는다는 점이 즐거워요. 연극을 통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마음의 소리를 따라 왔죠. 연극은 내게 좋은 결혼생활 같은 대상이에요.” 4만∼8만 원. 02-2005-0114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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