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특별한 아이, 중국 천재 화가 필창욱(毕昌煜)을 만나다

동아일보

입력 2017-03-27 15:07 수정 2017-03-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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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를 이겨내고 기적을 만들어낸 중국의 천재 화가 필창욱(왼쪽)과 그의 가족들.

“그가 떠나가고 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가 가버린 후 내 마음도 공허해 졌으며 마치 그에게 끌려간 느낌이다. 밤에 잠을 설치고 그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쫓으며 그의 작품을 감상한다. 그의 작품의 색채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의 순수하고 단순함이 좋기에 난 그를 좋아한다.”

‘엘리자베스 머독’, ‘제임스 고보’, ‘캐시 프리먼’등 세계 유명 인사의 인물화를 그린 유화 작가 겸 중국 최초 갤러리 ‘북경예술가갤러리’의 설립자 부홍(傅红)이 필창욱(毕昌煜)의 그림을 본 뒤 한 말이다.

중국 영화배우 ‘탕웨이(汤唯)’, 중국 관영매체 CCTV 아나운서 ‘황지에(黄婕)’, 세계 에티켓 여제 ‘준댈리(June Dally), 중국 아이돌 그룹 ‘TFBOYS’ 모두 필창욱의 그림을 사랑하며 그가 만든 스카프 홍보에 앞장섰다.

작년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KFC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KFC 구매 고객들은 필창욱의 그림으로 디자인된 포장재와 지갑을 제공받았고, 해당 이벤트를 통해 발생된 수익금은 전액 빈곤층 아이들에게 기부됐다.

필창욱은 이 밖에도 밀라노, 뉴욕, 멜버른 등에서 전시회와 자선 경매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본인 이름의 전문 예술 펀드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는 21살 신예 예술가다.

그가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전세계 유명인, 거물급 인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뛰어난 작품성과 함께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해 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3살 때 ‘자폐증’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지금도 필창욱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부모 없이는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

3살 때까지 정상적인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필창욱은 어느 순간부터 그의 어머니가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안정을 찾지 못했고, 눈동자는 떨리며 항상 불안해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던 그의 부모는 결국 자폐증이라는 병명을 듣게 된다.

결국 필창욱은 중국 자폐증 교육기관인 베이징 싱싱위(北京 星星雨)에 맡겨졌고, 이는 그와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 곧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치료 과정을 끝까지 버텨냈다.

필창욱이 7살이던 어느 날, 교육기관에서는 필창욱에게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위에는 몇 개의 작은 원이 그려져 있었고 작은 원들을 선으로 이어보라고 했다. 아주 짧은 시간밖에 집중할 수 있는 필창욱은 종이에 원을 그려 냈다. 그리고 가지와 두 개의 잎사귀를 그리더니, 어느 순간 그 원을 사과나무로 만들었다.그 뒤로 필창욱은 하루에 3~4시간씩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중국 천재화가 필창욱의 작품
중국 절강성에서 섬유 원단 제조 기업인 ‘절강 골든 아이디어 방직유한공사(浙江金点子纺织有限公司)’를 운영하는 그의 아버지 필광균(毕光钧)은 이후 그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모든 자원을 투입하여 아들이 온전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필창욱의 그림은 원단뿐 아니라 모든 패션 제품에 접목되었다. 이후 필창욱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독립 브랜드 ‘BCY’는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필창욱의 그림은 대담한 색채조절과 신기한 상상력이 결합되어 디자이너들에게 무수한 디자인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급측 개혁 및삼품전략(三品战略) 아래 전통적인 패션을 뒤엎는 ‘원(原)창작 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으며, 원창작 유화는 패션산업과 결합해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필창욱의 가족들은 아들과 그의 작품으로 자폐증 홍보를 위한 자선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버지 필광균은 “아들의 스토리가 자폐증 자녀를 둔 많은 가정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사람들에게 자폐증은 무서운 것이 아니며, 병을 앓고 있더라도 참고 기다리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필창욱의 새로운 도전과 세상과의 소통은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그의 가족은 오는 4월 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진행되는 ‘17FW 헤라 서울패션위크’의 서은길 디자이너(길옴므, GIL HOMME) 패션쇼에 참석한다. 중국 최대 패션 전문 온라인 기업 한두이서(韓都衣舍)와 함께 방문하는 그들은 서은길 디자이너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폐의 편견을 버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변주영 기자 realist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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