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핵 비확산 노력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입력 2017-03-27 03:00 수정 2017-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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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는 매년 1월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를 통해 인류의 핵전쟁 위험 정도를 알려 주고 있다. 시계가 0시에 다다르면 인류가 핵으로 인해 멸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종말시계의 현재 시간은 오후 11시 57분 30초, 작년에 비해 30초가 더 늘어났다. 0시까지 불과 2분 30초가 남았다.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창립 이래 국제사회는 지구종말시계의 바늘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지난 60년 동안 유지해 온 ‘핵 비확산’ 원칙은 한 국가가 국익을 위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제적 질서이자 가치다.

핵 비확산은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가치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총량의 30% 이상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얻고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핵연료는 100% 수입한다. 핵연료의 국가 간 이동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흔들림 없는 핵 비확산 및 핵 안보 정책은 국가 경제 발전과 유지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선결 과제다.

그간 국제 핵 비확산 체제가 뿌리내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가는 미국이다. 1953년 제8차 유엔총회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주창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개념은 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탄생의 근거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4차례의 핵 안보정상회의를 주도하는 등 국제 공조 기반을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핵 비확산과 핵 안보의 절대적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핵물질을 통제 가능한 상태로 두려는 국제사회의 이런 노력은 그간 충분한 결실을 맺었다. 현재 NPT에 가입한 국가는 191개, 인도 파키스탄 등도 IAEA 부분안전 조치를 받고 있다. 2015년에는 마침내 이란 핵협상도 타결돼 IAEA의 검증이 이뤄졌다. 현재 오직 북한만이 NPT를 탈퇴해 핵실험을 지속하는 유일한 국가다.

우리나라는 1975년 NPT에 가입하고 핵 비확산에 적극 동참해 왔다. 국내 모든 원자력시설을 IAEA 사찰하에 관리해 왔으며, 2008년에는 IAEA로부터 모든 원자력 활동이 투명하다는 포괄적 결론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경수로 시설에 대한 IAEA 무통보 사찰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국가 신뢰도를 높였다. 2012년엔 제2차 서울 핵 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해 중견국의 책임감 역시 보였다.

북핵 문제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확고한 핵 안보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야 한다. 한반도 전략 핵무기 재배치에 관한 최근의 논의 역시 우리의 역할과 책임에 부합하는지도 신중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여러 국제 규범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핵 정책과 관련한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 역시 최소화해야 할 시기다. 우리는 이제 원자력 기술을 외국에 판매하는 ‘원전 수출국’으로 성장한 점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땅의 핵 비확산 및 핵 안보 정책에 대한 국제적 신뢰 강화를 한층 더 높이는 일은, 그만큼 우리의 산업·경제 안정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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