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서정시-스릴러로 풀어낸 두 시인의 삶
손효림기자
입력 2017-03-24 03:00 수정 2017-03-24 03:00
‘윤동주, 달을 쏘다’ ‘스모크’
시는 힘이 세다. 최근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스모크’를 통해 태어난 윤동주, 이상의 시와 삶은 그 자체로 강한 자력을 뿜어내며 관객을 끌어당긴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 이상 서거 80주기가 되는 올해. 20대에 세상을 떠난 두 청년은 무대에서 다른 색깔로 그렇게 피어났다.
‘서시’ ‘참회록’ ‘십자가’ 등 시 8편은 서정적인 영상이나 여백이 있는 장면들과 함께 독백 혹은 낭송으로 흘러나온다. 곡을 붙이지 않고 시를 있는 그대로 음미하게 만든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더 담백하고 더 절절하다.
장난치고, 이성에게 끌리며 여느 젊은이들처럼 해맑았던 윤동주와 송몽규(김도빈) 등이 절망의 시대에 짓눌리며 저항하다 질식하는 과정은 웅장한 합창, 화려한 군무와 어우러져 애달프게 다가온다. 무대에는 열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경성 거리, 연희전문학교, 감옥 등으로 빠르게 바뀌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윤동주’란 콘텐츠를 영리하게 녹여낸,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작품이다. 아름답고 눈물겹다.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증정하는 윤동주 육필 원고 사본은 그의 자취를 한층 생생히 느끼게 만든다. 4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8만 원. 1544-1555 ★★★
‘윤동주…’가 시인의 삶을 사실대로 그린 작품이라면 ‘스모크’는 이상의 작품과 삶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다. 시를 쓰는 남자 ‘초’(김재범 김경수 박은석)와 그림 그리는 소년 ‘해’(정원영 고은성 윤소호)는 바다를 보러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스코시백화점 딸 ‘홍’(정연 김여진 유주혜)을 납치한다. 홍은 몸과 마음 모두에 고통을 지닌 여인이다.
작품은 한마디로 이상의 시 같다. 이야기가 한 단계씩 전개되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은 분열된 자아를 표현한 이상의 작품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듯하다. 잘 짜여진 퍼즐을 보는 듯 흥미롭고 신선하다.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이상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이상이 신문에 ‘오감도’를 연재하다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중단해야 했고, 반일 지식인 혐의로 34일간 옥살이를 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멜론을 먹고 싶다고 말했던 일화 등을 녹였다. 시 ‘오감도’ ‘거울’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비롯해 소설 ‘날개’ 등의 구절이 등장한다. 극의 막바지에 이상의 시가 영상으로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5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2관. 3만∼6만 원. 02-2638-2872 ★★☆(별 다섯 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시는 힘이 세다. 최근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스모크’를 통해 태어난 윤동주, 이상의 시와 삶은 그 자체로 강한 자력을 뿜어내며 관객을 끌어당긴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 이상 서거 80주기가 되는 올해. 20대에 세상을 떠난 두 청년은 무대에서 다른 색깔로 그렇게 피어났다.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윤동주(온주완)가 참담한 현실에 고뇌하는 모습(첫번째 사진). ‘스모크’에서 이상의 시가 무대를 가득 채운 가운데 세 등장인물인 초, 해, 홍이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예술단·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윤동주…’는 2012년 초연돼 올해 네 번째 공연되는 작품이다. 해를 거듭하며 작품의 밀도를 높이고 세련미를 강화했다. 윤동주 역에는 박영수 온주완이 더블 캐스팅됐다. 박 씨는 초연 때부터 계속 윤동주를 맡았다. 새로 합류한 온 씨는 절망의 시대에 시를 쓰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면서도 우리말을 통해 영혼을 지키려 한 청년을 애틋하게 표현했다.‘서시’ ‘참회록’ ‘십자가’ 등 시 8편은 서정적인 영상이나 여백이 있는 장면들과 함께 독백 혹은 낭송으로 흘러나온다. 곡을 붙이지 않고 시를 있는 그대로 음미하게 만든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더 담백하고 더 절절하다.
장난치고, 이성에게 끌리며 여느 젊은이들처럼 해맑았던 윤동주와 송몽규(김도빈) 등이 절망의 시대에 짓눌리며 저항하다 질식하는 과정은 웅장한 합창, 화려한 군무와 어우러져 애달프게 다가온다. 무대에는 열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경성 거리, 연희전문학교, 감옥 등으로 빠르게 바뀌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윤동주’란 콘텐츠를 영리하게 녹여낸,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작품이다. 아름답고 눈물겹다.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증정하는 윤동주 육필 원고 사본은 그의 자취를 한층 생생히 느끼게 만든다. 4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8만 원. 1544-1555 ★★★
‘윤동주…’가 시인의 삶을 사실대로 그린 작품이라면 ‘스모크’는 이상의 작품과 삶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다. 시를 쓰는 남자 ‘초’(김재범 김경수 박은석)와 그림 그리는 소년 ‘해’(정원영 고은성 윤소호)는 바다를 보러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스코시백화점 딸 ‘홍’(정연 김여진 유주혜)을 납치한다. 홍은 몸과 마음 모두에 고통을 지닌 여인이다.
작품은 한마디로 이상의 시 같다. 이야기가 한 단계씩 전개되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은 분열된 자아를 표현한 이상의 작품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듯하다. 잘 짜여진 퍼즐을 보는 듯 흥미롭고 신선하다.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이상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이상이 신문에 ‘오감도’를 연재하다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중단해야 했고, 반일 지식인 혐의로 34일간 옥살이를 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멜론을 먹고 싶다고 말했던 일화 등을 녹였다. 시 ‘오감도’ ‘거울’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비롯해 소설 ‘날개’ 등의 구절이 등장한다. 극의 막바지에 이상의 시가 영상으로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5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2관. 3만∼6만 원. 02-2638-2872 ★★☆(별 다섯 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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