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 의대 추천서 안써준다

최예나기자

입력 2017-03-21 03:00 수정 2017-03-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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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치-한의대 진학시엔 불이익”…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요강 명시
경기과학고-광주과학고 등도 가세
전문가 “의대 진학률 급감 않을것”


서울과학고가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는 교사 추천서를 써 주지 않고 재학 중 지급한 장학금도 회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내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 통로로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가 전국 영재학교 8곳에 권고한 내용을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소속 과학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의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요강을 발표했다. 서울과학고는 입학전형 유의사항에 ‘본교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영재학교로 의·치·한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적합하지 않으며 해당 계열 대학에 지원할 경우 불이익이 있음’ ‘재학 중 받은 장학금 등을 반납해야 하며, 본교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음’이라고 적었다.

경기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도 의대 진학 시 장학금을 회수한다거나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는 내용을 2018학년도 입학요강에 명시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는 의대 진학 희망자의 지원이 부적합하다거나 관련 진로·진학 지도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기재했다.

지난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2014∼2016학년도 영재학교 진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 졸업생 1500명 중 8.7%(130명)가 의대에 진학했다. 서울과학고는 이 기간에 24명(18.6%)이 의대에 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학생이 지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재학교에서 교사 추천서를 안 써준다고 의대 진학 비율이 줄어들거나 영재학교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존에도 영재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대부분 반수나 재수를 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를 따로 하지 않고, 일반고보다 내신 따기가 어려워 영재학교 학생이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의대에 간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의대가 영재학교 졸업자의 지원을 원천 차단하거나 졸업생들이 기초과학 학과에 수월하게 진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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