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어릴적 삼성동 그 학교
손택균기자
입력 2017-03-17 03:00 수정 2017-03-17 03:00
초등학교 5, 6학년 때 운동장 후문 옆 철봉 모래밭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놀림 받을 걱정 없이 다른 애들만큼 할 수 있는 운동이 철봉뿐이었기 때문이다. 한쪽 발이 불편해 뜀박질이 어색했기에 하체를 많이 쓰는 움직임은 종종 놀림감이 됐다. ‘왕따’라는 말이 없던 시절에 10대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가끔 돌이켜 생각한다.
하교 길에 도시락가방 든 손을 이쪽저쪽 바꾸다가 문득 빈 손바닥을 코에 대면 녹슨 쇠 냄새가 났다. 좋아했던 여자아이와 쑥스러워하며 몇 마디 말을 겨우 나눈 것도 철봉 아래에서였다. 이따금 후문을 나와 지나던 골목 담에는 ‘누가 누구 좋아한대’ 스프레이 래커 낙서가 있었다. 인기 높았던 미국 드라마 ‘V’ 마크와 함께.
졸업한 뒤 서른 살 직전에 딱 한 번 가보고 다시 간 적 없는 서울 삼성동의 그곳이 요즘 매일 TV 뉴스에 비친다. 철봉과 모래밭은 언제 사라진 걸까. 기억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지금 저 운동장 위 아이들의 기억에는 어떤 이미지의 조각이 쌓이고 있을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하교 길에 도시락가방 든 손을 이쪽저쪽 바꾸다가 문득 빈 손바닥을 코에 대면 녹슨 쇠 냄새가 났다. 좋아했던 여자아이와 쑥스러워하며 몇 마디 말을 겨우 나눈 것도 철봉 아래에서였다. 이따금 후문을 나와 지나던 골목 담에는 ‘누가 누구 좋아한대’ 스프레이 래커 낙서가 있었다. 인기 높았던 미국 드라마 ‘V’ 마크와 함께.
졸업한 뒤 서른 살 직전에 딱 한 번 가보고 다시 간 적 없는 서울 삼성동의 그곳이 요즘 매일 TV 뉴스에 비친다. 철봉과 모래밭은 언제 사라진 걸까. 기억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지금 저 운동장 위 아이들의 기억에는 어떤 이미지의 조각이 쌓이고 있을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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