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기자의 어떻게 벌까요]브라질 채권투자, 삼바스텝 다시 밟을까

이건혁기자

입력 2017-03-09 03:00 수정 2017-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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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앞서 살펴볼 4대 변수


40대 투자자 김모 씨는 2012년 초 브라질 채권에 약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연 10% 정도의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보고 큰돈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7∼12월) 헤알화 가치가 반토막 나면서 약 1200만 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김 씨는 이듬해 1월에도 브라질 채권 1000만 원어치를 추가 매수했다. 이번엔 이 상품의 수익률이 100%로 껑충 뛰며 과거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김 씨는 브라질 채권 투자를 계속할지 그만둘지 고민에 빠졌다.

요즘 브라질 채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경제의 회복세와 맞물려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헤알화 가치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경험이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채권 투자에 앞서 ‘경제성장률’ ‘기준금리’ ‘환율’ ‘정치’ 4가지 열쇳말(키워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① 2017년 ‘플러스 성장’할까

브라질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7일(현지 시간) 브라질 국립통계원은 201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5년에도 성장률이 ―3.8%였다. 2년간 GDP가 약 8% 뒷걸음질친 것이다. 브라질 경제에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바닥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브라질이 올해 2분기(4∼6월)부터 GDP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호재다. 브라질 경제가 회복하면 채권이 부도가 날 확률은 낮아지고, 통화 가치가 안정될 수 있다.


② 금리 10% 밑으로 떨어질까

또 하나의 복병은 금리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채권 수익률이 올라간다. 지난해 말 13.75%였던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1.50%포인트 내린 12.25%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B들은 브라질 기준금리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수년간 브라질 경제를 괴롭혔던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여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올해 말 1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③ 헤알화 환율 유지될까

브라질 국채는 통상 5만 헤알(약 1850만 원)을 최소 투자단위로 삼는다. 또한 20년 이상 장기채를 주로 거래한다. 이 때문에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는 만기 전에 되파는 경우가 많다. 채권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율의 안정성이 필수다. 브라질 채권 투자자를 눈물짓게 했던 헤알화 환율은 최근 들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1년 690원을 넘었던 원-헤알화 환율이 2016년 초 300원 밑으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 가치도 폭락했다. 현재 원-헤알화 환율은 헤알당 370원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헤알화 가치만 안정돼도 채권 투자의 큰 위험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④ 테메르 대통령의 개혁 약발 먹힐까

지난해 8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70)이 탄핵되며 좌파 정권이 몰락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77)은 연금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재정 개혁을 추진하는 등 무너진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호세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부패 수사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근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다. 개혁에 제동이 걸려 정치 혼란이 재발될 경우 경제성장률, 환율 등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브라질 채권의 장점 중 하나가 비과세 혜택이다. 한국은 브라질 현지의 과세 체계를 인정하는 조세 조약을 맺고 있으며, 브라질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국채 수익률도 연 10%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문제는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는 점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브라질 채권이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는 지난해 2월부터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위험 상품인 브라질 채권이 투자자산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수익률만 보고 브라질 채권에 모든 자산을 몰아넣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채권을 직접 매수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브라질 채권형 펀드 같은 간접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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