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LG 생산지 이전이 “부정행위”라는 美무역위원장

동아일보

입력 2017-03-09 00:00:00 수정 2017-03-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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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6일(현지 시간) 전국기업경제협회 총회에서 삼성과 LG전자에 대해 ‘무역 부정행위(Trade cheating)’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올해 초 삼성과 LG의 중국산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매기기로 하자 두 회사가 중국 공장이 아닌 베트남과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관세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풀이 한국 기업의 ‘생산국 옮겨 다니기’로 고전 중이라는 발언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말이다.

미국 상무부와 더불어 통상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무역위원회 수장이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자국 기업 편을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발언 내용이 비상식적이고 외국 기업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라면 용납하기 어렵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세제와 인건비, 기술력에 따라 기업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일반적이다. 덤핑 판정 때문에 생산지를 이전했다고 해도 기업의 경영 판단에 외국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의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해 트위터에 “고마워요 삼성!”이라고 쓴 것이 지난달 3일이다. 트럼프 정부의 각료가 한 달 만에 채찍을 든 것은 한국 기업 길들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말을 못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1월 무역적자가 5년 만에 최대치로 확대된 것을 계기로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할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한국만 이득을 보는 게 아니라 미국도 서비스 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다. 한미동맹은 경제적 번영을 공유한다는 의미도 있다.

나바로 위원장의 한국 기업 비판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을 만나기 위해 방미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협력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장관들이 미국 내 주요 인사와 아무리 많이 만나도 구체적인 증거와 합리적인 설득 논리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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