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대성]생화학테러 대응훈련 서둘러야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입력 2017-03-06 03:00 수정 2017-03-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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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맹독성 화학물질 VX에 의해 독살되었다. 김정남 독살 사건은 ‘가혹한 친족살해’라는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 화학물질 VX의 맹독성, 그리고 우리의 대비 실태 등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50여 년 전 영국이 제초제로 발명한 VX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맹독성 독극물로 알려져 있다. 극히 소량이라도 우리 인체와 접촉만 되면 그 접촉 부위에 따라 자율신경계, 중추신경계, 심혈관계, 근육조직 등이 수분 만에 망가지면서 급살(急殺)로 이어지는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그 맹독성이 너무 잔혹하기 때문에 유엔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VX의 제조·보유·사용 금지’를 법으로 엄격히 규정해놓고 있다.

VX와 관련해 우리를 가장 경악하게 하는 현실은 북한이 VX를 포함해 총 25종류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생화학무기 서열 3위에 해당한다. 북한은 1961년 김일성의 이른바 ‘무기의 화학화 선언’(화학·생물학적 능력을 갖출 것) 이후 핵개발 못지않게 꾸준히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해왔다. 그 결과 현재 2500∼5000t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00t이란 양은 4kg짜리 탄두 125만 발의 생화학포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단 한 발의 생화학탄이 인구밀집지역 서울에 투척되면 일시에 12만여 명이 살해된다. 단순한 군사 도발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가 안일하게 대응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생화학무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 미비다. 우리 군은 미군과 연합하여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책들을 마련해놓고 ‘북한의 화생방 시설 감시→조기에 공격징후 포착→무력화’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한마디로 무관심 무방비 속수무책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북한이 보유한 가공스러운 생화학무기 자체에 대해 무지하다. 게다가 화생방무기 공격에 대해 예방 대피 생존을 위한 교육훈련이 전혀 없거나 극히 형식적인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방호 장비와 물자, 생화학무기에 대한 예방치료제 등을 구비해놓은 가정은 거의 전무하다. 국민 대부분은 지하철 등 지하시설에 어떻게 대피하는지, 그 개념조차 모르고 천하태평의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안보는 여하한 경우에도 포기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첫째, 우리 군은 화생방 교육과 훈련을 군에만 국한해 실시할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교육 훈련도 주기적으로 해야만 한다. 국민의 생존을 보호하는 것이 군의 첫 번째 임무다.

둘째, 북한의 가공스러운 생화학무기들에 대한 근본 대책은 결정적인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 때 북한 생화학무기 원천(源泉)을 제거하는 일이다. 개별적인 모기들을 잡는 데 노력을 경주하기보다 모기들이 생성되는 연못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책이다. 재앙은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생화학무기 생산공장 9곳, 저장시설 6곳, 생화학대대 및 소대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군을 선제공격하는 방안 외에 다른 생존책은 없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한민국의 생존 대책은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다. 그래서 한미 동맹 결속과 한미 연합 방위력은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안보역량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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