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의 커버스토리 Isn’t she Lovely

여성동아

입력 2017-02-27 12:35 수정 2017-02-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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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지 아닌지 사람들이 정말 알아볼까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녀가 물었다. 인생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한 배우 한은정을 만났다.

비대칭 드레이프 드레스 노케.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그란 안경에 화장기 없는 얼굴. 예전 같으면 ‘내가 알던 그녀가 맞나?’ 싶었겠지만 〈여성동아〉 표지 촬영이 있던 날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배우 한은정(37)은 지난 설 연휴 파일럿으로 방영된 MBC 리얼 예능 프로그램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에서 도도한 여배우의 모습을 버린 채 소탈한 싱글녀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당시 방송에는 그녀가 방송인 김구라에게 자신의 방 한 칸을 내어주고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는 상황이 그려졌는데,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여배우’라는 완장을 뗀 ‘진짜 한은정’이었다.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의외의 모습’ 덕분일까. 얼마 전엔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의 메인 MC도 맡았다. 똑 부러질 것 같은 그녀의 이미지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그 가운데 툭툭 던지는 그녀의 귀여운 멘트는 보너스다. 한은정은 정확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기에 딱 맞는 MC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배우로만 기억하기엔 보여줄 게 많은 여자다.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내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풍문쇼〉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죠. 잘못된 정보가 나간다면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그래서 방송 전 주제가 정해지면 자료도 꼼꼼히 챙기고 정확한 팩트가 맞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해요.”

1999년 미스 월드 퀸 유니버시티 대상으로 데뷔해 꼬박 18년간 연예계 생활을 해왔지만, 희한하게도 그녀에겐 이렇다 할 스캔들이 난 적이 없다.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캔들이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그녀는 “예민하고 정돈된 이미지라 남자들이 접근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 대시하면 ‘됐거든요?’라고 할 것 같다더라”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녀는 인터뷰 내내 막힘이 없었다. 질문을 하면 거의 3초 안에 답을 이어가곤 했는데, 중언부언하지 않는 깔끔한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기승전결에 딱 맞는 그녀의 대답 뒤에 “어쩜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하고 되묻기도 했다. 도도한 이미지에 세련된 화법. 누가 봐도 빈틈없는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감출 수 없는 허당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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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스캔들이 없는 이유를 하나 더 보태보자면, 특유의 조심스러운 성격도 한몫 했을 듯하다. 지난 번 리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리얼’이라는 콘셉트 덕분에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여배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순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사적인 영역을 오픈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 친구 한 명을 초대해도 신경 쓰이게 마련인데, 촬영을 위해 집을 공개한다는 건 심적 부담이 무척 컸어요. 대본이 없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도 처음엔 부담이었어요.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이 툭툭 튀어나올 수 있잖아요. 실제 모습을 공개했는데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때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웠던 거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때’ 하고 많이 권해주셨어요. 고민 끝에 제 마음속에 있던 경계를 허물기로 결정한 거예요.”

반응은 뜨거웠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을 ‘방탄소년들’이라고 잘못 말해 김구라의 구박을 받는가 하면, 외출했는데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 연락하지 못하는 ‘칠칠맞지 못한’ 모습이 등장했다.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한은정의 ‘빈틈’이다. 한밤중에 오징어회가 먹고 싶다며 김구라에게 애교 섞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대목에선 사랑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배우로서의 고민은 항상 그거였어요. ‘나와 꼭 맞는 캐릭터를 만나면 정말 잘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텐데 왜 내겐 그런 배역이 오지 않는 걸까’. 그러면서 ‘여배우’로서 지켜야할 경계도 스스로 구분 지어 놨어요. 솔직한 민낯을 보여주기보다 잔뜩 포장한 채로 계속 기다렸죠.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제가 먼저 ‘툭’ 하고 마음을 풀어놓지 않으면 제 진심은 전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요. 이제는 과감해지려고요. 애써 포장하거나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릴 준비가 됐어요.”

한은정의 ‘이상’적인 일상


방송에 공개한 싱글녀 한은정의 집은 심플하고 깔끔했다. 특히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함께 거실 벽 한편에 걸린 미술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집주인이 된 그녀는 김구라와의 동거 계약 때 살림살이를 조심히 다룰 것,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할 것, 창문을 청소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스무 살 무렵부터 혼자 쌓아온 살림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집에서 정돈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띄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에요(웃음). 방송에선 제가 요리를 못하는 것처럼 그려졌는데 주방 일도 잘하는 편이고요.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놓았다가 기분에 따라서 바꿔 거는 취미도 있어요. 집에 그림이 있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좋아서요.”

그림뿐만 아니라 그릇과 냄비 같은 주방용품들도 사 모은 게 꽤 된다. 집에서 자주 밥을 먹진 않지만, 기왕이면 예쁘고 정갈하게 음식을 차리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단다. 그녀가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하는 모습도 화제였다. 데뷔 이후 한결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데는 역시 ‘왕도가 없구나’ 싶었다.

“학창 시절 체력이 굉장히 약했어요. 몸도 무척 말라서 부모님이 제 건강을 염려하실 정도였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운동하는 습관이 몸에 완전히 배었어요. 하루라도 거르면 온몸이 뻐근해서 짬이 날 때마다 헬스장을 찾는 편이죠. 무미건조한 답변일 수 있지만 저는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운동은 일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을 아는 여자,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여자. 배우 한은정이 사는 방식은 그랬다. 그녀와 2박 3일을 함께 지낸 김구라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결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이상형을 묻자 1초 만에 대답이 돌아왔다.

“똑똑한데 순박한 사람이 좋아요. 잔머리를 쓰기보단 정직을 추구하는 사람요. 그런 사람이라면 인생의 골치 아픈 문제들도 척척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솔직한 게 매력인 사람, 자연스러운 게 예쁜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 배우 한은정에게 살랑 봄바람이 일었다.

세로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 루트원. 태슬 장식 팬츠 자라. 블로퍼 더스튜디오케이X살롱드쥬.


editor_fashion 안미은 기자 editor_interview 정희순


사진 김외밀 디자인 김영화

헤어 윤성호 메이크업 오가영 스타일리스트 엄지훈

제품협찬 노케(02-517-4875) 더스튜디오케이X살롱드쥬(070-4192-8314) 루트원(02-514-0747) 자라(080-479-0880) 제이쿠(02-51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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