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상-하부 개발 허용… 경부-경인고속도 지하화 ‘탄력’

박성민기자

입력 2017-02-17 03:00:00 수정 2017-02-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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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체도로 활용방안 발표

도로의 상부와 하부를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는 ‘입체 도로’ 시대가 열리면 하나로 이어진 건물 사이로 도로가 지나거나(위쪽 사진), 고속도로에서 대중교통으로 환승할 수 있는 상공형 환승시설을 짓는 것도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 제공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조성되는 알파돔시티는 당초 8개 건물 상부를 돔 형태로 잇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나로 연결된 큰 건물 사이로 도로가 지나는 형태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민간이 도로 상공을 개발할 수 없다는 규제 탓에 이 설계는 무산됐다. 결국 각 건물이 분리된 채 지어졌다.

이르면 2019년부터 이 같은 규제가 사라지고 도로의 상하부를 개발하는 데 민간 참여가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 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통한 미래형 도시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 1월 16일자 A1·3면 참조


○ 대중교통 환승 시설 등 대폭 늘 듯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 도로의 지하화다. 도로를 지하로 옮긴 자리에 상업·문화시설 등을 짓는 복합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현재 논의 중인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도시권은 인구 밀도가 높고 개발할 수 있는 땅은 부족하지만 알짜 토지인 도로의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김정렬 국토부 도로국장은 “도로를 입체적으로 활용해 도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건물과 도로를 연결하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일본 오사카의 게이트타워나 도쿄의 도라노몬힐스처럼 건물 사이에 고가도로가 통과하거나 건물을 서로 이어 입체적인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건물 옥상을 휴게소나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입체 도로’가 활성화되면 도심 재생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도로나 철도로 공간이 단절되어 개발이 제한됐던 지역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범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계천이나 경인선 주변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지만 상부를 공원으로 개발해 활력을 되찾았다”며 “입체 도로는 이보다 한걸음 더 발전한 미래형 도시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등 주거지역의 공간 활용도도 높아진다. 기존엔 도로 폭이 8m가 넘으면 공동관리가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도로의 지하로 아파트 단지가 연결되면 공동관리가 가능해진다. 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연립주택들은 지하에 통합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 공간은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대중교통 환승 시설도 지을 수 있다. 지하 도로에서 지하철과 버스가 환승되고, 고속도로에는 상공형 환승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 난개발 막는 적절한 규제도 필요

정부가 이처럼 입체 도로를 활성화하는 것은 도시 과밀화로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의 수평적 확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을 지하(도로)와 지상(주거 상업 녹지 등)으로 넓혀 함께 입체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도로를 확장하지 않으면서도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미국 보스턴 시가 1991∼2007년 추진한 ‘빅디그(Big Dig)’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고가도로를 지하 터널로 대체하고 상부를 공원과 상업지구로 개발해 사업비용(약 7조 원)의 10배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입체 도로’가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경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파리에 라데팡스를 개발하면서 첫 설계부터 약 20년이 걸렸다”며 “입체 도로는 한번 지으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공공성과 디자인, 미래 도시 기능 등을 고려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도로법을 개정하고 내년 말까지 구체적인 설계 기준과 가이드라인 등이 담긴 개발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사업자 특혜 논란이나 도시경관 훼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개발이익환수금’ 제도도 신설한다. 입체 도로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도시 재생이나 신산업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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