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의 김태용, 김하늘의 김태용
여성동아
입력 2017-02-16 13:19 수정 2017-02-16 15:45
#김태용 #여교사 #김하늘 #유인영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여교사〉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는 ‘웃픈’ 질문이 등장했다. 사회자가 김태용(30) 감독을 향해 돌발 질문으로 “동명이인인 〈만추〉 김태용 감독(탕웨이와 결혼해 더 유명해졌다)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냐”고 물은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장편영화 〈여교사〉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 김태용 감독에게 그런 질문이 던져질 일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사실 몇 해 전부터 충무로에서 김태용 감독은 ‘천재’로 통했다. 2010년 단편영화 〈얼어붙은 땅〉으로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칸 영화제 입성에 성공했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단편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감독의 실제 성장기를 담은 장편영화 〈거인〉(2014)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거인〉의 ‘영재’처럼 10대 땐 보육원이라는 공간에서 살아남으려고 애를 쓰며 살았어요. 경남고 재학 시절 학교 선생님들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함께 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워왔죠.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도 포기하려 했는데 선생님께서 등록금을 마련해주셔서 꿈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땐 ‘10년 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그걸 이루기 위해 20대도 아등바등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제 서른 살이 된 김 감독은 “영화 〈거인〉을 통해 비로소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계약직 여교사의 삶을 그린 이번 영화 〈여교사〉에서도 그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감성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생존’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그 역시 영화 〈여교사〉에 대한 수많은 평들 중 ‘〈거인〉의 확장판’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선 배우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처연한 김하늘과 빛나는 유인영, 패기의 이원근이 특히 눈에 띈다. 덕분에 세 배우 모두 이번 영화를 통해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는 김 감독이 그만큼 배우의 새로운 면모를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감독으로서는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믿고 찍는’ 감독으로 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흥행 성적이 좀 낮으면 어떠랴. 서른의 김태용 감독은 우리 모두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인 것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외유내강 디자인 김영화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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