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영장 재심사… 법원, 외압에 흔들림 없이 판단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7-02-16 00:00 수정 2017-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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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재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오늘 열린다. 이 부회장은 26일 만에 다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혐의로 하루 종일 구치소에 대기하며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것이다.

특검은 첫 영장 청구 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으나 법원은 소명 부족으로 기각했다. 26일 동안 더 수사해서 몇 가지 뇌물죄 증거를 보강했다고 하지만 부정한 청탁의 입증 등 뇌물죄 구성의 난점이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특검은 뇌물죄, 또 그와 연관된 횡령죄와 위증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삼성이 독일 비덱스포츠에 외환거래 신고 없이 78억 원을 송금했다는 국외재산도피 혐의와 수십억 원짜리 말을 사주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혐의를 새로 추가했다. 뇌물죄 입증에 자신이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SDI가 매각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주는 특혜를 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순환출자구조가 단순화돼 한 주도 매각할 필요가 없었으나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따라 500만 주를 매각했다고 한다. 76억 원 송금 건은 컨설팅 계약에 의한 것이고, 말은 삼성 소유라고 반박하고 있다.

첫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는 ‘삼성장학생 출신’ 등의 가짜 뉴스로 격렬한 인격공격에 시달렸다. 촛불집회 때마다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장이 또 기각되면 최고 권력과 최고 재벌의 유착을 법이 감싸주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법원을 압박했다. 이런 배경을 믿고 특검이 증거 보강보다는 영장 재청구 자체에 무게를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새로운 영장전담판사가 받게 될 심적 압박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지만 법정 외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수사는 불구속이 원칙이다. 특검이 법원에서 뇌물죄 유죄 판결에 자신이 있으면 불구속으로라도 기소하면 된다. 그것이 특검이 주장하는 정의를 세우는 것이지, 구속에 매달리는 게 정의를 세우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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