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이 레스토랑에서는 시리얼만 판다고? ‘원 푸드 음식점’ 뜬다

박홍인 바앤다이닝 편집장

입력 2017-01-31 03:00 수정 2017-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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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급 음식이나 간편식 정도로 여겨지던 식품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이른바 ‘원 푸드 캐주얼 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평범한 대중 제품에 가치를 더해 업그레이드한 ‘B+프리미엄’ 개념에 딱 들어맞는 이들 레스토랑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바앤다이닝 제공
 100여 종의 시리얼을 파는 ‘시리얼 킬러 카페(Cereal Killerr Caf´e)’가 2014년 영국 런던 쇼디치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세계 각국의 음식 매거진들이 잇달아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 카페는 화제가 됐다. 그냥 그렇게 반짝하고 지나가는 이슈일 줄 알았는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시리얼 킬러 카페’는 이후 런던 버밍엄에도 진출해 규모를 확장했다. 시리얼 전문 브랜드 켈로그도 자신의 시리얼만 판매하는 시리얼 카페 ‘켈로그스 NYC’를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 차렸다. 국내에도 벌써 3개의 시리얼 전문 카페가 등장했다.

 들여다보니 비단 ‘시리얼’뿐이 아니다. 메인 요리에 가려져 조명 받지 못했던 조연급 음식이나 간편식 정도로 여기던 식품들이 오롯이 메뉴판의 주연을 차지하는 이른바 ‘원 푸드 캐주얼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있다.

 유명한 셰프도 화려한 장식도, 딱히 요리라 할 것도 없는 ‘원 푸드 음식점’이 호응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희소성’과 ‘재미’를 꼽을 수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외식 시장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갈구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이른바 ‘가성비’로도 해석을 할 수 있다. 2017년 대한민국을 주도할 트렌드를 예측한 서적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평범한 대중 제품에 가치를 더해 업그레이드한 ‘B+ 프리미엄’ 개념이 확산될 것이라 전망했다. 원 푸드 음식점에서 보이는 메뉴들의 특성이 그러하다. 포테이토 칩, 시리얼, 프렌치 프라이 등 스낵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를 고메 음식으로 신분 상승을 시킨 것이다. 대중에게 정겨운 음식을 다루되 레스토랑에서 취급할 법한 질 좋은 식재료만을 사용하고, 패키지와 인테리어에 감각을 입혀 가치를 더하고 있다. 나아가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함으로써 전문성은 높이고 그만큼 참신한 변화를 선보인다는 특징도 있다.

 과연 ‘그것만으로 음식점이 될까’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예상치 못한 주목까지 받고 있는 원 푸드 음식점들이 선보이는 메뉴는 어떤 것들일까. 대표적인 7곳을 소개한다.

미국 뉴욕에 문을 연 ‘켈로그스 NYC’의 시리얼.



켈로그스 NYC / KELLOGG’S NYC

 시리얼 브랜드 켈로그의 제품을 판매하는 시리얼 카페인 ‘켈로그스 NYC’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파인 다이닝의 스타 셰프 토머스 켈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그룹의 디자인을 맡았던 앤서니 루돌프가 이곳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았다. 뉴욕 유명 디저트 카페인 ‘모모푸쿠 밀크 바’의 페이스트리 세프 크리스티나 토시는 레시피 개발에 참여했다. 메뉴는 켈로그사의 시리얼에 토핑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피스타치오에서부터 구운 코코넛, 녹차 파우더 등 토시 셰프가 개발한 독특하고 이색적인 토핑이 가득하다. 뉴욕의 전설적인 셰프인 다니엘 불뤼가 메뉴 개발에 참여해 만든 ‘터키시 커피 딜라이트’를 한시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카운터에서 시리얼을 주문하고 진동벨이 울리면 한쪽에 마련된 캐비닛에서 볼에 담긴 시리얼을 받아 가면 되는데, 12온스의 우유는 따로 제공한다.

‘베이컨 바’의 애플 파이 맛 베이컨.



베이컨 바 / BACON BAR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베이스를 둔 ‘세인트 마크(Saint Marc)’에서 운영하는 베이컨 바다. 메이플 시럽을 바른 베이컨부터 애플파이 베이컨, 커피 향이 나는 베이컨, 갈릭 파르메산 베이컨 등 11가지 베이컨을 조각내어 슬라이스 형태로 판매한다. 바 자리를 마련해 맥주, 탄산음료를 베이컨과 함께 맛볼 수도 있으며 테이크아웃이 가능해 스낵처럼 가볍게 들고 즐길 수 있다.


힙 칩스 / HIP CHIPS

 이곳 메뉴는 오로지 형형색색의 포테이토 칩과 소스인 딥뿐이다. 수석 셰프인 스콧 데이비스와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모리스가 세계 최고의 포테이토 칩을 만들어보자는 일념 아래 핸드메이드 포테이토 칩과 신선한 딥을 갖춰 놓은 런던의 포테이토 칩 전문점이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경험할 법한 감자 품종을 공수해 포테이토 칩을 만드는데, 북잉글랜드에서 생산하고 수확한 7종류의 감자만을 사용한다고. 붉은 컬러의 하일랜드 버건디(Highland Burgundy), 크리스피한 식감의 샐러드 블루(Salade Blue), 전분이 많은 보랏빛의 감자 셔틀랜드 블랙(Shetland Black) 등 식감과 컬러가 생소하면서 다양하다. 포테이토 칩을 고른 뒤 딥 소스를 선택하면 되는데, 모로코, 페루,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풍미가 가미된 사보이 딥과 달고 짠맛의 밸런스를 높여주는 달콤한 딥이 준비되어 있다.


왓츠 유얼 시리얼 넘버

 국내에 등장한 시리얼 전문 카페 중 하나.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을 탄 커스터마이징 시리얼 카페다. 디자인을 전공한 세 명의 젊은 오너가 문을 열었다. 국내외에서 공수한 30여 가지 시리얼과 5종류의 우유, 다양한 토핑을 조합해 세상에 하나뿐인 시리얼을 선보이고 있다.

 혼자서도 즐기기 편한 바 자리가 있고, 우유와 시리얼을 분리 포장해주기 때문에 테이크아웃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한 시리얼, 토핑, 우유 등의 조합에 고유 시리얼 넘버를 부여해 시리얼 넘버만 기억하면 재주문이 가능하다.

‘시리얼 킬러 카페’의 쌍둥이 형제 주인(왼쪽 사진). 시리얼만 100여 종을 파는 이 카페는 최근 영국 버밍엄에도 진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베이컨 바’는 다양한 맛을 내는 베이컨을 내놓는다. 바앤다이닝 제공



시리얼 킬러 카페 / CEREAL KILLER CAF´E


 시리얼에 매료된 쌍둥이 형제가 2014년 런던 쇼어디치에 문을 연 시리얼 전문 카페 ‘시리얼 킬러 카페’가 최근 버밍엄에도 진출했다. 처음에는 지하에 작게 시작했는데 현재 런던에만 3개 지점을 오픈했다. 본점의 경우 하루에 200∼5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100여 종 이상의 시리얼을 선보이는데, 미국의 ‘킥스’ ‘스모어스’ ‘스틱스’는 물론 프랑스의 ‘쇼카픽’, 호주의 ‘마일로’, 스페인의 ‘에스트렐리타스 멜’, 나아가 이스라엘의 ‘카리옷’ 등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아몬드 우유, 민트 우유, 화이트 초콜릿 우유 등 30종의 맛과 크랜베리, 초코볼, 호두 등 20종의 토핑을 취향대로 선택해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버밍엄점은 1호점과는 다르게 시리얼을 활용한 달콤한 무알코올 시리얼 칵테일도 메뉴에 올렸다.


여미 팝 / YUMMY POP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고메 팝콘 숍 ‘여미 팝’이 화제다. 파리 마레 지구에 위치한 이 팝콘 가게는 조핸슨이 유년 시절부터 가장 사랑하는 간식인 팝콘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으로 프랑스 출신의 남편 로맹 도리아크와 함께 문을 열었다. 기존 팝콘과는 다르게 트러플, 파르메산 치즈, 체다 치즈, 세이지 등 고급 식재료의 풍미를 입힌 고메 팝콘만을 선보인다. 레시피는 뉴욕에서 ‘덕스 이터리’라는 레스토랑을 이끄는 월 호로위치 셰프와 함께 개발한다.


프리츠 아틀리에 / FRITES ATELIER

 네덜란드 출신의 스타 셰프 세르히오 헤르만은 감자튀김에 꽂혔다. 헤이그에 오픈한 감자 공방 ‘프리츠 아틀리에’에서 벨기에식 감자튀김만을 전문적으로 선보인다. 네덜란드의 자랑인 제일란트에서 공수한 감자만을 사용해 하나의 요리라 해도 손색 없을 만큼 수준 높은 감자튀김을 내놓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마요네즈 소스를 비롯해 트러플, 바질 등의 소스를 곁들일 수 있고 이마저도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소스로 바꿔 선보인다.

박홍인 바앤다이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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