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성열]노동계도 ‘슬픈 청춘’ 껴안아야

유성열기자

입력 2017-01-26 03:00 수정 2017-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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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정책사회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차기 위원장에 김주영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24일 당선됐다. 경쟁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김 위원장의 당선으로 여러 가지 기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월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파기한 이후 1년째 중단된 노사정 대화 재개도 그중 하나다. 김 위원장 역시 당선 소감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기울어진 테이블’이 바로잡혀 평형이 된다면 대화를 재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대화 구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정부와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시스템을 개편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으로 전력 민영화를 저지했고, 지난해에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성과연봉제 저지에 앞장섰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권 퇴진 및 정권 교체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 개정 등의 정치 공약을 내걸었다. 노동개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현 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정부 역시 친(親)노동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강경 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조합원 84만 명의 한국노총은 국내 최대의 ‘내셔널센터’(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다. 단순히 가입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걸 넘어 정부, 기업과 함께 경제 주체로서 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특히 청년,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한편으로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인 청년실업과 고용절벽을 해소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공약과 당선 소감에서는 ‘정치’만 보인다. 노동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중도개혁의 합리적 노선에 훌륭한 성품까지 갖춘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이제 정권교체나 노총의 대변자 역할을 넘어 시대적 과제인 청년실업과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취업 절벽에 내몰린 슬픈 청년을 살려내는 데 함께하는 노동계 큰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다.


유성열·정책사회부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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