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號 2기’ 철강 공급과잉-美보호무역 파고 넘어야

김도형 기자

입력 2017-01-26 03:00 수정 2017-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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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확정 포스코 회장 과제는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67·사진)의 연임이 발표된 25일 오후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53조800억 원이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결과 전년보다 8.8%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84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8.0% 개선됐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015년 962억 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1조482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사회는 이런 실적을 강조하며 권 회장 연임에 힘을 실었다. 연임과 흑자 전환에 샴페인을 터뜨릴 만하지만 권 회장은 이날 다른 일정 없이 집무실에서 새해 경영 계획을 점검하며 차분한 시간을 보냈다. 예년 같으면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화려하게 치르던 연초 실적 발표 행사도 이날은 콘퍼런스 콜로 대체했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면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철강 수급 불균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 난제 산적한 ‘권오준호 2기’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 속에 철강 공급은 여전히 넘치고 있다. 특히 철강 수요가 많은 조선과 건설 경기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정책은 올해 추가된 새로운 경영 허들이다. 한국에 있어 미국 시장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일 수출 시장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한국산 냉연강판에 최대 65%에 이르는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등 무역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면 철강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권 회장은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이달 10일 열렸던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권 회장은 “올해도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의 통상 마찰로 험난한 한 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속적인 철강산업 구조 개편과 보호무역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권 회장 취임 이후 진행한 계열사 구조조정 마무리도 남겨진 숙제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급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월드프리미엄(WP) 제품 비중도 빠른 시간 안에 높여야 한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25일 “지금 철강시장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 업계 1위 포스코를 이끄는 권 회장의 연임을 계기로 철강업계 전체가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최순실 관련 의혹 해소 기대”

 이날 이사회가 “근거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권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최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다 실패한 과정에 권 회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권 회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한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 과거 권 회장 선임 과정에 최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자신이 떳떳하다는 점을 적극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이사회는 “내·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만큼 권 회장이나 포스코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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