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톡톡]공연은, 화려함 뒤에 숨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오피니언팀 종합, 전우철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입력 2017-01-13 03:00 수정 2017-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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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무대 위의 공연은 화려하고 늘 주목받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 스크린에 오르려면 많은 이들의 노력과 눈물이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공연장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장이기도 합니다. 》
 

공연은 함께 만드는 것

 
 “추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때 조명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몰라요. 일반적인 장면은 백열등 하나로 배우를 비춰주면 되죠. 하지만 사람의 생각 같은 것들은 여러 색을 조합해서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죠. 조명담당의 기술과 개성, 능력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최우민(22·여우별씨어터 무대감독)

 “공연에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포스터죠. 사람들이 제가 만든 포스터를 보는 모습은 제게는 관객이 공연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사람들 앞에 제가 만든 ‘작품’을 내놓는 것이니까요. 공연 영상과 대본을 수십 번씩 보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죠.”―신미현(32·LG아트센터 디자이너)

 “하나의 곡이라고 악보가 한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다 잘못된 악보가 배포돼 내내 잘못 연습하기라도 하면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첫 리허설이 가장 조마조마하죠. 혹시나 화음이 맞지 않으면 악보를 잘못 준 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김일섭(60·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보담당)

 “작품은 작가의 철학 그 자체예요. 작품 속 배우의 연기, 의상 등 모든 것에 작가의 메시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철학을 무대에 구현할 수 있다는 것,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박정인(32·극작가)

 “소품은 보기에는 별것 아니어도 구하기 힘든 것이 많지요. 그런데 배우들이 대수롭지 않게 다루다가 망가뜨리면 속이 상합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그냥 확 한 대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김정민(36·소품담당)

 “흔히 성악가나 가수가 원곡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곡이 아닌 경우에는 가수의 키에 맞춰 악보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경우는 악보도 없이 음원만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듣고 그려야 해요.”―서태연(33·악보담당)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제발 소리 내며 따라 부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뮤지컬은 좋은 음악을 듣는 재미로 보는 건데 옆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민폐라고 생각해요. 심한 분은 몸을 들썩거리며 춤을 추기도 해요.”―이주희(39·프리랜서 기업교육 강사)

 “판매 데스크에 있는데 한쪽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아이한테 ‘너도 공부 안 하고 놀면 저 언니처럼 된다’고 하더라고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서 말도 못하고,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어요. 반말은 빈번하고 심하면 팝콘까지 던지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김모 씨·B극장 아르바이트)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러 가면 가끔 음악에 취해 큰 동작으로 움직이는 분들이 계세요. 심하면 음악에 심취해서 지휘를 흉내 내는 관객도 볼 수 있죠. 클래식 공연은 연주자도 관객도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매너들이 있잖아요. 옆에서 들썩거리며 움직이면 그쪽으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겠죠.”―장혜선(34·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무)
 

변화를 모색하는 공연장

 
 “관객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연주에 시각적인 효과를 같이 사용하고 있어요. 연말에 있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 공연이 대표적인 예죠. 공연장 내부 벽면을 모두 스크린으로 활용해 음악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살렸습니다.”―유연경(34·예술의전당 음악부 과장)

 “MD제품(공연 관련 기획상품)에 점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추세예요. 작품과 연관성도 있으면서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고퀄리티로 만들려고 하죠. 고객의 기호를 파악하기 위해 리서치도 진행한답니다. 최근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깃털 펜이 일주일 만에 품절됐어요.” ―김혜진(24·HJ컬쳐 사원)

 “사회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극장이 현 시대의 인문학적 주제를 제시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두산인문극장’은 연극 영화 전시회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다각도로 접근하고 관객들이 서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작년에는 모험을 화두로 이야기했어요.”―김요안(41·두산아트센터 수석프로듀서)
 

꿈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들

 
 “18년째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무명이죠. 30대 중반이 되면서 연기를 포기하는 동료들이 많아졌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죠. 생활고도 있고요. 제일 힘든 게 친구나 친척들의 오지랖이죠. 뻔히 다 알면서 물어보고….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들이 제 인생을 사는 건 아니잖아요?”―이헌진(33·연극배우)

 “외국 유명 뮤지컬이나 예술가들은 최소 3년 전에는 계약해야 해요. 워낙 유명하다 보니 스케줄이 이미 꽉 차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공연기획자로 일하려면 낮밤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자고 있는 뮤지션을 깨울 순 없잖아요? 공연기획자가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여도 휴일이 거의 없는 직업입니다.”―서명국(39·공연기획자)

 “원래 비행기 승무원을 했어요. 뉴욕 비행 때 우연히 뮤지컬 ‘라이언 킹’을 본 게 계기가 돼 그만두고 예술학교에 들어갔죠. 무대 위 배우들을 보며 뮤지컬은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을 그만두는 게 쉽진 않았죠. 하지만 연기에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았어요.”―천세영(27·서울예술대 연기과)
 

공연을 즐기는 꿀팁

 
 “뮤지컬은 꼭 두 번 보세요. 보통 첫 관람 때는 스토리를 이해하느라 놓치는 부분이 많거든요. 두 번째 볼 땐 스토리를 알고 있어도 처음보다 가사의 의미, 배우의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어 공연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어요. 보통 한 배역을 두 배우가 번갈아가며 연기하는데 양쪽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어요.”―김해(31·뮤지컬 파워블로그 ‘누룽지’ 운영자)

 “연극을 볼 때 ‘내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공연을 방해하기 싫다고 웃음이나 눈물을 참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연극에선 관객의 개입이 반드시 실례인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하죠. 관객이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면 감정이입이 더 잘되기도 한답니다.”―백지연(27·배우)

 “소리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제대로 보려면 2층 맨 앞좌석에 앉아야 해요. 그곳이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거든요.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들이 대규모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전체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쉬는 부분이 많은 관악기, 타악기 주자들이 쉬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는 것도 즐거워요. 대부분 관객 모르게 조금씩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김정윤(45·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단 기획총무)

 “합창석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자리예요. 무엇보다 가격이 가장 싸고,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세세히 볼 수 있죠. 특히 지휘를 공부하거나, 곡의 빠르기나 연주 파트에 따라 지휘자가 어떻게 지휘하는지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자리죠. 지휘자의 정면을 보고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무릎 앞에서 연극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요.”―손지영(27·학생)
  
오피니언팀 종합·전우철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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