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만 외치는 주자들, 일자리 해법은 고작 ‘공공취업 확대’

길진균기자 , 박성진기자 , 천호성기자

입력 2017-01-12 03:00 수정 2017-0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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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고용한파]대선정국에 일자리 대책 뒷전


 최악의 고용 절벽 앞에서 각종 일자리 관련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지 한참 됐지만 정치권은 뒷짐만 지고 있다. 조기 대선에 몰두하느라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국 기업을 상대로 ‘당근과 채찍’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선 정국 속 일자리는 뒷전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2623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29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목표로 잡은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7만2000명 줄어들었던 이후 7년 만에 취업자 증가폭이 가장 낮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정치권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면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한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발표한 1, 2월 임시국회에서 당력을 집중할 ‘우선 법안’ 목록에서 일자리 창출 법안은 찾기 어렵다.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민생개혁 등 5개 분야 21개 우선 법안 가운데 일자리 관련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며 민생을 챙겨야 할 여당은 당 내홍 때문에 사실상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최근 일자리 관련 발언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10일 “서민, 복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으로 20대 국회에 설치된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7월 20일 공식 출범한 뒤 두 차례의 전문가 토론회와 한 차례의 현장 방문을 했지만 활동 기간이 종료된 12월 30일까지 아무런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12월 29일 열린 본회의에서 올해 6월 말까지로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특위 관계자는 “특위의 출범 목적 자체가 4차 혁명에 대비한 미래 산업 연구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며 “지금의 일자리 문제는 다른 상임위에서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실종된 일자리 공약

 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자리 공약의 윤곽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민간이 자생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후보는 드물다. 단기적인 취업률 증가를 노린 고육책이 대부분인 데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뜬구름 정책’도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키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지만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공공 일자리 확대에 쏠려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도 보육·의료부문 공공 일자리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취업 희망자가 많은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정당과 후보들은 정부 주도로 대·중소기업 간 급여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빠져 있다는 비판이 많다. 조동훈 한림대 교수는 “영업 유지도 어려운 한계기업이 많은 상황이라 임금 인상을 강제하더라도 회사들이 따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수요·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일자리 미스 매칭’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세종=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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