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결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경제활성화보다 부정부패 척결 꼽아

손영일 기자

입력 2017-01-06 03:00 수정 2017-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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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20년, 기회의 문 넓히자/연중기획]한국 사회적 신뢰도 OECD 23위

 “정책 자금 1억 원 받아 보겠다고 뛰어다닌 제 신세가 처량합니다.”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에 둥지를 튼 벤처기업 대표 최석규(가명) 씨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뉴스를 보고 씁쓸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의 현대자동차 납품 특혜 의혹에 대해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최 씨는 “대통령이 기회를 챙겨 줘야 했던 회사가 그곳 하나였단 말인가. 기술력 하나로 승부하는 수많은 벤처기업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며 혀를 찼다.

 역대 정부는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끌어올려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고 한결같이 공언했다. 이명박 정부는 ‘선진 일류 국가’라는 국가 비전 달성을 위한 실천 과제로 ‘사회적 자본 함양’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선진국을 향한 관문으로 ‘신뢰와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한 정부는 없었다. 오히려 정권 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지지율이 추락하는 일만 반복됐다. 동아일보와 KDI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 책임이 정부(39.6%)와 정치권(36.3%)에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민생 안정’(16.6%)이나 ‘경제 활성화’(18.1%) 같은 경제 현안보다 ‘부정부패 척결’(41.5%)을 더 많이 꼽은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고 있다’는 사회적 믿음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내 돈이 과연 잘 쓰일까’라는 의심이 커지면 세금 내는 것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고 사회 복지도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의 사회적 신뢰도가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높아지고 4%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신뢰가 낮은 사회일수록 증명 서류나 규제가 많아 경제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동아일보-KDI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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