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불편함 해결하려다 아예 창업했죠”
한우신기자
입력 2017-01-04 03:00 수정 2017-01-04 03:00
창업성공기 지상 중계
이윤재-오아름 대표의 생생조언
그러나 환자의 보호자들은 스마트 팔레트가 생소하다 보니 사용을 꺼렸다. 매주 자해를 시도하는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처음에는 그림 치료를 거부했다. 하지만 자신의 자녀가 스마트 팔레트로 그린 섬뜩한 그림을 보는 순간 치료를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치료로 그 중학생은 차츰 안정을 찾았다. 자신의 창업 아이템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서 빛을 발한 순간, 이 대표가 생각한 것은 매출을 늘릴 수 있겠단 기대가 아니었다. 중학생 환자가 심리 상태를 진단받고 치료받는 모습을 보고 이 대표도 심리 상담을 받기로 했다.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를 만들면서도 정작 나 자신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창업에 뛰어든 후 날 힘들게 하는 게 뭔지, 힘들면서도 왜 이 일을 하려는 건지에 대해 말이죠.”
이 대표는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심리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창업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창업해서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창업을 한 후에는 정말 나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 스스로에 대해 똑바로 알고 있어야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창업을 하라
창업 아이템을 정할 때도 ‘나’는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 진정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만들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 스마트 팔레트도 이 대표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그의 두 딸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종종 불편함을 겪었다. 이를 본 이 대표는 디지털 기기로 보다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외국계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할 때, 한국 중소기업 제품들이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해외에서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제품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처럼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 수 있는 제품이어야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 스마트 팔레트는 다른 색깔과 다른 굵기를 표시한 버튼으로 이뤄져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도록 돼 있다.
3가지 사이즈로 변형이 가능한 여행 캐리어를 개발한 오아름 보그앤보야지 대표(28·여)도 ‘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상품’을 만들었다. 오 대표는 세계 곳곳으로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가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크기별로 여러 가방을 사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싶었고 직접 만들기로 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가졌던 창업의 꿈을 펼치기로 한 것. 오 대표는 “보통 창업하면 IT 쪽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제조업에 도전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기존의 여행 캐리어 생산업체 사람들은 쉽지 않을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 있다.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거라면 어려운 과정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힘들어도 한국에서 성공 욕심
오 대표가 회사를 세운 건 작년 7월이다. 오 대표는 미국에서 10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창업 환경이 더 좋아 보이는 미국에서 꿈을 펼칠 생각은 없었을까. 오 대표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웃었다. 더 큰 이유는 오 대표가 구상한 사업을 펼치는 데 한국이 최적 입지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자신의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릴 시장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 한국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진 후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오 대표는 신규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독자에게 꼭 알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편한 분위기에서 함께 일할 디자이너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자신이 택한 조국에서 많은 도움도 받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참여했다. 그곳의 프로그램을 통해 머릿속 아이디어를 직접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외에도 그는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여러 창업 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가 경험한 한국의 창업 지원 제도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창업자 또는 창업희망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는 것이 장점. 그 제도들을 찾으려면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윤재 대표도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자신 있게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목표는 한국의 작은 기업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다. 그는 “작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늘리는 것이 지금처럼 소수에게 집중된 기득권을 분산시키고 최순실 사태와 같은 불행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오 대표의 회사는 모두 제품 개발에 문화데이터를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문화데이터 활용 기업 컨설팅 및 사업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이윤재-오아름 대표의 생생조언
이윤재 구니스 대표(왼쪽)와 오아름 보그앤보야지 대표가 각각 자신이 개발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스마트 팔레트는
디지털 기기와 연동해 손쉽게 그림 그리기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오 대표의 여행용 캐리어는 가방 3개를 서로 뗐다 붙였다 하는
방식으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벤처기업 구니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스케치를 하고 색칠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팔레트’란 기기를 만든다. 이 기기 개발자는 2014년 7월 구니스를 설립한 이윤재 대표(43)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 대구의 한 병원에 스마트 팔레트를 납품했다. 스마트 팔레트를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상담센터에서 그림 치료 도구로 활용하기로 한 것. 그림 치료는 주로 아동 및 청소년에게 쓰인다. 스마트 팔레트는 사용자가 그렸다가 지운 기록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비해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유용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환자의 보호자들은 스마트 팔레트가 생소하다 보니 사용을 꺼렸다. 매주 자해를 시도하는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처음에는 그림 치료를 거부했다. 하지만 자신의 자녀가 스마트 팔레트로 그린 섬뜩한 그림을 보는 순간 치료를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치료로 그 중학생은 차츰 안정을 찾았다. 자신의 창업 아이템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서 빛을 발한 순간, 이 대표가 생각한 것은 매출을 늘릴 수 있겠단 기대가 아니었다. 중학생 환자가 심리 상태를 진단받고 치료받는 모습을 보고 이 대표도 심리 상담을 받기로 했다.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를 만들면서도 정작 나 자신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창업에 뛰어든 후 날 힘들게 하는 게 뭔지, 힘들면서도 왜 이 일을 하려는 건지에 대해 말이죠.”
이 대표는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심리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창업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창업해서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창업을 한 후에는 정말 나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 스스로에 대해 똑바로 알고 있어야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창업을 하라
창업 아이템을 정할 때도 ‘나’는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 진정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만들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 스마트 팔레트도 이 대표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그의 두 딸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종종 불편함을 겪었다. 이를 본 이 대표는 디지털 기기로 보다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외국계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할 때, 한국 중소기업 제품들이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해외에서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제품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처럼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 수 있는 제품이어야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 스마트 팔레트는 다른 색깔과 다른 굵기를 표시한 버튼으로 이뤄져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도록 돼 있다.
3가지 사이즈로 변형이 가능한 여행 캐리어를 개발한 오아름 보그앤보야지 대표(28·여)도 ‘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상품’을 만들었다. 오 대표는 세계 곳곳으로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가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크기별로 여러 가방을 사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싶었고 직접 만들기로 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가졌던 창업의 꿈을 펼치기로 한 것. 오 대표는 “보통 창업하면 IT 쪽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제조업에 도전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기존의 여행 캐리어 생산업체 사람들은 쉽지 않을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 있다.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거라면 어려운 과정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힘들어도 한국에서 성공 욕심
오 대표가 회사를 세운 건 작년 7월이다. 오 대표는 미국에서 10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창업 환경이 더 좋아 보이는 미국에서 꿈을 펼칠 생각은 없었을까. 오 대표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웃었다. 더 큰 이유는 오 대표가 구상한 사업을 펼치는 데 한국이 최적 입지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자신의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릴 시장으로 중국을 보고 있다. 한국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진 후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오 대표는 신규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독자에게 꼭 알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편한 분위기에서 함께 일할 디자이너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자신이 택한 조국에서 많은 도움도 받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참여했다. 그곳의 프로그램을 통해 머릿속 아이디어를 직접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외에도 그는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여러 창업 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가 경험한 한국의 창업 지원 제도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창업자 또는 창업희망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는 것이 장점. 그 제도들을 찾으려면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윤재 대표도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자신 있게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목표는 한국의 작은 기업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다. 그는 “작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늘리는 것이 지금처럼 소수에게 집중된 기득권을 분산시키고 최순실 사태와 같은 불행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오 대표의 회사는 모두 제품 개발에 문화데이터를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문화데이터 활용 기업 컨설팅 및 사업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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