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유라 답안지 조작까지… ‘영원한 제국’ 이인화의 추락

장관석기자 , 권오혁기자

입력 2017-01-02 03:00 수정 2017-01-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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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류철균 교수 구속영장 청구
梨大감사 직전 허위 작성해 넣어 “입 열면 불이익” 조교들 협박도
최순실과 학교서 만난 사실 인정… 차은택과 함께 문화융성위 활동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1일 오후 특검 사무실로 조사를 받으러 들어서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선의 22대 왕, 정조의 독살설을 소재로 한 역사추리소설 ‘영원한 제국’(1993년 발표)으로 스타덤에 오른 류철균(필명 이인화·51)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조선 왕실의 권력암투보다 더 비밀스럽게 국정을 주무른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모녀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준 뒤 ‘가짜 답안지’를 끼워 넣고 이를 숨기기 위해 조교들을 협박한 혐의(업무방해)로 류 교수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씨는 지난해 1학기 류 교수가 담당한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을 수강했다. 정 씨는 이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를 때 독일에 체류하는 등 학점 부여 요건을 못 채웠는데도 학점을 받았다. 특검은 류 교수의 이 같은 범행이 최 씨와 이화여대 관계자들 사이에 은밀한 뒷거래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 재정사업 9개 가운데 8개에 선정돼 178억 원대의 사업을 따냈다.

 류 교수는 특검 조사에서 학교로 찾아온 최 씨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류 교수가 ‘비선 실세’인 최 씨와 학교 사이의 부정한 거래를 알고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교육부 감사가 벌어지자 류 교수는 정 씨 이름으로 가짜 답안지를 만들어 자신의 비리를 숨기려 했다. 또 이를 숨기려고 조교들에게 “특검 수사에 협조하면 논문심사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류 교수는 199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 ‘인간의 길’에서 박 전 대통령을 시대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군사독재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류 교수는 또 최 씨의 측근으로 문화계를 농단한 차은택 씨와 함께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류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설립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를 지내 최 씨의 오래된 숨은 측근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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