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줄게” 삼성 외면한 차우찬, 이유는 “서울이 좋아”

동아일보

입력 2016-12-30 03:00 수정 2016-12-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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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웃기고 울린… 2016 프로야구 뒷이야기

올해도 야구장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남았다. 사진은 (1) 두산의 김태형 감독 (2) 거취를 고민 중인 이대호 (3) 넥센의 이장석 구단주(왼쪽)와 염경엽 전 감독 (4) kt에서 임의 탈퇴된 김상현 (5) LG로 이적한 FA 차우찬 (6) 한화 김성근 감독 (7) 롯데의 손승락(왼쪽)과 윤길현 (8) 승부조작으로 불구속 기소된 NC 이태양. 동아일보DB·뉴시스
 빛과 그림자 모두 길었다. 올 한 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인 800만 관중 돌파의 신기록을 세웠지만 동시에 승부 조작 등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얼룩지기도 했다. 두산의 통합우승으로 마무리된 이번 시즌과 자유계약선수(FA) 100억 원 시대를 연 스토브리그까지 그 뒷이야기를 동아일보 야구팀 기자들(강홍구 유재영 이헌재 황규인)이 소개한다.


○ 스토브리그 최종 승자


 시즌 후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차우찬은 ‘스토브리그’의 최종 승자다. 원소속 팀에 남은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을 꺾고 역대 투수 최고액인 4년간 9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 하지만 삼성이 제시한 금액이 100억 원을 넘는 걸로 밝혀졌다. 그가 더 적은 금액에 LG를 선택한 것은 ‘서울 프리미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의 지인은 “우찬이가 시즌 중에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2년 전 장원준도 그랬다. 그도 롯데의 4년간 88억 원 제안을 뿌리치고 84억 원에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의 안방 역시 서울이다.


○ 200억 질러 봐

 남은 최고의 이슈 중 하나는 ‘빅보이’ 이대호(34)의 거취다. 메이저리그에 남을지, 일본이나 국내로 복귀할지 소문만 무성하다. 이대호는 출전 기회를 팀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결정의 키는 돈이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대호는 2013년 12월 소프트뱅크로 이적하면서 3년(2+1 계약) 최대 19억 엔(약 2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연간 6억 엔(약 61억 원) 이상을 보장해야 하는 견적이 나온 셈. 삼성에서 KIA로 이적한 최형우가 100억 원 시대를 열기는 했지만 국내 구단이 200억 원 이상의 몸값을 맞춰 주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친정’인 롯데 복귀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롯데는 당장 내년 FA로 풀리는 손아섭과 강민호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실탄’을 더더욱 아껴야 할 처지다.


○ 선수 육성 노하우가 오히려 독?

 2012년과 올해 터진 프로야구 승부 조작 사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범죄 연결 고리에 넥센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승부 조작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태양(NC)과 군 검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문우람(상무)은 2011년 넥센 입단 동기생이다. 2012년 승부 조작으로 처벌을 받고 영구 제명된 김성현과 박현준도 넥센 출신이다. 지명도를 막 높여 가는 저연봉 젊은 선수들을 실전에 투입하는 넥센만의 육성 시스템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얘기가 많다. 경기에 자주 나서지만 다른 구단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을 덜 받는 넥센 선수들이 승부 조작 브로커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는 것이다.


○ 그들의 아름다운(?) 이별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계약이 1년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해 탈락이 확정된 직후 곧바로 자진 사퇴를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튿날 구단은 이례적으로 사퇴와 관련된 그간의 과정을 공개했다. 평소 구단에 섭섭함을 느낀 염 전 감독이 상의 없이 사퇴 발표를 하자 구단 역시 비화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은 것. 딱 거기까지였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 이로울 게 없다는 데 양측의 견해가 일치했다. 4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양측의 아름답고도(?) 미스터리 한 이별이었다.


○ 한화 “김성근 감독, 살려는 드릴게”

 목숨은 붙여 줬지만 손발은 다 잘랐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에게 내년까지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11월 3일 보도자료를 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감독의 유임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는 이례적이다. 그 대신 한화는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면서 김 감독에게 주었던 ‘전권’은 빼앗았다. 그 뒤 김 감독은 ‘이러려고 나를 유임시켰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구계에서는 “한화 오너 일가가 워낙 김 감독에게 푹 빠져 있어서 실무진에서 경질을 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 환희의 순간 떠올린 착잡함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환희의 순간, 승장 김태형 두산 감독의 입에서는 ‘착잡함’이라는 의외의 단어가 나왔다. OB(현 두산) 포수 선배이자 시리즈에서 패장이 된 김경문 NC 감독을 떠올리자 만감이 교차했던 것.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김태형 감독은 “항상 1등만 존재하는 현실이 좀 그렇다(안타깝다). 통산 800승 하신 김경문 감독에게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릴 위치는 아니고 그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다른 구단들의 얄미움(?)을 샀던 김태형 감독이 보여 준 눈물의 인터뷰는 큰 화제가 됐다.


○ 김상현, kt가 제일 못 믿었다?

 kt는 취재진 사이에서 사소한 결정 하나를 내리는 데도 한 달씩 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유독 김상현에 대한 징계 절차는 빨랐다. kt는 김상현이 음란 행위를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반나절 만에 그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임의탈퇴 선수는 구단 동의 없이는 영원히 프로야구계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그러자 다른 사고를 친 kt 선수들과 비교하면 처벌이 너무 무겁다며 동정론이 일었다. 김상현은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알려진 것과 사실이 다르다”라고 주장했으며 KBO 역시 현재까지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참 민망한 사건이지만 결국 구단이 앞장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긴 꼴이 됐다.


○ 롯데 울린 ‘족발 게이트’


 FA로 롯데에 합류한 손승락과 윤길현은 때 아닌 족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8월 초 야구팬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모 호텔에 투숙하던 자신이 잘못 배달된 음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상대 쪽이던 윤길현과 손승락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다는 것. 이후 구단까지 나서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며 해명했지만 야구팬들의 화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족발게이트’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순위 또한 이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6위이던 롯데는 8위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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