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대학가… 이대 앞 상가 “월세 내기도 빠듯”

구가인기자 , 김재영기자 , 전국종합

입력 2016-12-24 03:00:00 수정 2016-12-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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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상권 지도]
대학문화 사라지며 활기 잃어… 지방 국립대 상권도 예전같지 않아
부산대 상인 “가게 30% 넘게 줄어”… 상인들 문화행사 여는 등 부활 노력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주변 상가에는 연말임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 중에서도 공실(空室)이 눈에 띄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스타벅스, 미스터피자, 미샤 화장품의 국내 1호점은 바로 이곳에 있었다. 매출액 12조 원에 이르는 이랜드그룹의 꿈도 이 동네의 6.6m² 작은 옷가게 ‘잉글랜드’에서 시작됐다. 1980, 90년대엔 골목마다 독특한 패션과 유행이 넘쳐났다. 이웃 신촌과 함께 명동, 종로에 이어 강북 3대 상권으로 꼽힐 정도였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일대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은 도도함과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22일 찾은 이화여대 주변 거리는 연말 대목임에도 한산했다. ‘免稅(면세)’ ‘折價(할인)’라고 써 붙인 일부 화장품 매장에만 몇몇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머물 뿐이었다. 2000년부터 이곳에서 제화점을 운영해온 황모 씨는 “(손님이 많아) 직원 3, 4명을 쓰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혼자 운영해도 겨우 월세나 낼 정도”라며 씁쓸해했다.

시대를 선도했던 대학 상권

 대학 재학이 특권처럼 느껴지던 시절 대학 상권은 젊음, 동경, 추억, 문화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특권과 낭만의 대학문화가 사라지고 ‘흔해빠진’ 대학생들이 취업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대학 상권이 힘을 잃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은 문화와 소비를 선도하던 주역이었다. 현재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수동 등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라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왔듯 1980, 90년대엔 단연 연세대 앞 신촌이 젊음의 중심이었다. 연세대 정문 앞 ‘독수리다방’과 주점 ‘훼드라’, ‘홍익문고’는 신촌 대학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자 대한민국 문화의 심장이었다. 문화를 주도하는 대학생들, 대학을 동경하는 청소년들, 젊음이 그리운 중장년까지 모두 대학가로 모여들었다.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는 신인가수의 등용문이자 히트곡의 산실이었다. ‘담다디’ 이상은(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과 ‘그대에게’의 신해철(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에 가고, 예선에서 떨어지자 자퇴를 했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미 대학생이 된 친구들에 대한 동경은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였다. 1994년 1월 11일자 동아일보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연극원 연기과에 합격한 배우 장동건의 소감을 이렇게 전한다. “대학생 아닌 재수생 신분으로 대학생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출연하면서 평소 대학생활을 동경해왔는데 실제로 대학생이 돼 기쁩니다.”

‘동경’ 사라진 대학, 흔한 상권으로 전락

 대학가의 영화는 2000년대 들어 서서히 꺼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더 이상 문화 창조의 주역이 아닌,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한 때와 시기를 같이한다. 한때 문화의 중심으로 군림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대학가 상권들은 장기 침체에 빠져 고전 중이다.

 이화여대 인근은 ‘B급 상권’으로 몰락한 지 오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화여대 상권의 3.3m²당 임대료는 2011년 5만1900원에서 올해 3분기 현재 3만1700원으로 급락했다. 홍익대 인근은 여전히 번성하고 있지만 대학문화보다는 ‘인디문화’에 힘입은 특이한 사례다.

 지방 대학가의 상황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북대와 부산대, 전북대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공립대 인근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활기를 느끼기 어렵다.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서 옷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10년 전에 비해 옷가게가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 구 정문 앞’ 역시 전북 최대 상권이었지만 상가 550여 개 중 150여 개가 폐업 혹은 전업을 고려 중이다. 현재 전북대 상권에서 가장 흔한 업종은 한 잔에 1500원 안팎인 저가 커피숍과 ‘인형 뽑기 가게’다.

 대학가 상권이 추락한 원인은 다양하다. 청년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대학가 인근에 새 상권이 개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북대 상권의 경우 전주시 효자동 서부 신시가지로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 밖에 대학 내 상업시설 증가 등도 상권 침체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학 상권에 더 이상 예전의 ‘똘끼’와 자유로움, 낭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상권은 대형 상업자본의 침투로 고유의 색깔을 잃고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윤화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과거에는 대학생이 모이는 곳이라는 사실만으로 상권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남다른 문화를 갖춰야 사람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부활의 노래

 최근 들어 대학과 지역이 결합해 다시 대학가를 부활시키려는 노력도 커지고 있다. 신촌은 2014년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개통 이후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주말에는 연세로에서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재개발로 퇴출당할 뻔한 홍익문고를 되살리고, 독수리다방을 문화공간으로 재오픈하는 등 신촌 재생의 희망이 커지고 있다.

 이화여대 주변도 청년창업점포를 활용한 ‘이화패션문화거리’로 살아나고 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이화여대5길 각 점포에 맞는 간판을 디자인해 설치하고, 유럽 어느 도시의 느낌을 주는 바닥 마감재로 도로를 포장했다.

 서울시는 서울대 주변 고시촌 건물을 매입해 청년창업 지원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등 ‘캠퍼스타운’ 13곳을 선정해 2025년까지 예산 152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대학의 역량이 교문 밖으로 확장돼 지역과 연결되면 대학가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중심지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김재영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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