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줄고 빚은 늘고… 20대만 홀로 씀씀이 줄였다

이상훈기자

입력 2016-12-22 03:00:00 수정 2016-12-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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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팍팍해진 청년가구

 
오정희(가명·28) 씨는 올해 5월 계약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비정규직 경리로 2년간 근무하던 반도체 회사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3개월의 구직활동 끝에 출판사 업무보조 자리를 구했지만 200만 원이던 월급은 170만 원으로 줄었다.

 벌이가 줄면서 가뜩이나 어렵던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당장 월 임차료 35만 원짜리 월셋집을 나와 월 28만 원짜리 고시원으로 옮겼다. 주말에는 딱히 입맛이 없는 데다 돈도 아낄 겸 끼니를 거를 때도 종종 있다. “누가 혼수품 챙겨서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딴세상 얘기인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는데 벌이는 자꾸 줄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날이 오긴 할까요?”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의 경제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30세 미만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만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수입이 줄어 식료품, 주거비 등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지출마저 줄이는 모습도 수치로 확인됐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 가구의 평균 소득은 지난해 3406만 원에서 올해 3282만 원으로 1년 새 3.7% 줄었다. 반면 30∼39세는 소득이 5075만 원(2015년)에서 5148만 원(올해)으로 늘었고, 60세 이상 소득조차 2891만 원에서 3033만 원으로 증가했다. 30대 미만 가구는 극소수 소년소녀가장 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20대다.

 이들 30세 미만의 경우 소득은 줄고 빚은 늘었다. 평균 부채는 1491만 원에서 1593만 원으로 6.8% 증가했다. 30대(7.6%), 40대(12.0%) 등에 비해 부채 증가율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소득과 빚이 동시에 늘어나는 다른 세대와 달리 이들은 빚만 늘어나는 것이어서 심각성이 크다. 그만큼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져 빈곤층으로 추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비지출도 줄었다. 30대 미만 가구의 올해 평균 소비지출액은 1554만 원으로 2015년보다 7.2% 감소했다. 지난해(―3.2%)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항목별로는 교육비(9.5%)와 의료비(19.7%)를 제외한 모든 부분의 지출이 줄었다. 주로 취업을 위해 쓰는 학원비와 아플 때 지출하는 병원비만 남겨놓고 먹고사는 부분에서 모조리 씀씀이를 줄인 것이다. 외식을 포함한 식료품비 지출은 1년 새 무려 10.0%나 줄었다. 주거비(―3.9%), 교통비(―12.8%) 등도 감소했다. 식료품비 지출이 줄어든 것 역시 30세 미만을 제외하면 어느 연령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청년층의 벌이와 씀씀이가 감소한 것은 취업난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11월 고용동향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8.2%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영향과 대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포기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소수만을 뽑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렬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자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청년층이 아낄 수 있는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취업난 해소를 통한 소득 증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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