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명한 태영호 공사가 폭로한 北 ‘노예의 사슬’

동아일보

입력 2016-12-21 00:00 수정 2016-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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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에서 외화벌이에 내몰린 북한 건설노동자 2600여 명은 50도가 오르내리는 숨 막히는 폭염 속에서도 하루 14시간이나 일한다. 본보의 현장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계약서상으로는 월급 900달러(약 107만 원)를 받지만 고작 150∼200달러를 손에 쥘 뿐이다. 하수도도 갖추지 않은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식사가 부실해 음식점 쓰레기통을 뒤진다. 카타르는 술 판매가 제한된 곳인데도 할당된 충성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비밀 공장을 차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주까지 판다고 한다.

 북한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심해지면서 이런 식의 외화벌이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외화가 3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140억 달러인 북한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20%가 넘는 액수다. ‘현대판 노예노동자’에게 김정은 체제의 존속을 의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털어놓은 북한 실상도 노예사회나 다름없다. 고위 군 간부나 보위성 간부들은 집집마다 도청장치가 설치된 특정 아파트에 함께 살게 한다는 것이다. ‘투명 감옥’이 따로 없다. 작년 5월 총살당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은 집에서 잘못 말한 얘기가 도청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북 주민들은 밤에 몰래 한국 드라마를 보며 동경심을 키운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가 망명하면서 두 아들에게 “이 순간부터 너희들의 노예 사슬을 끊어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를 우려한다고 처음으로 적시하면서 김정은의 책임도 명시했다. 북 주민이 차고 있는 노예의 사슬을 끊기 위해 김정은을 압박하고 북한에 자유세계의 실상을 알리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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