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델카 “집시의 눈빛 속에 담긴 ‘나’를 보세요”

손택균기자

입력 2016-12-20 03:00 수정 2016-1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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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출신 사진작가 쿠델카, 한미사진미술관서 ‘집시’ 개인전

1966년 촬영한 ‘모라비아’. 요세프 쿠델카 씨는 “각본 없는 연극을 구성하듯 현실을 담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관람객과 사진이 만나는 공간 역시 사진을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전시 공간을 미리 찾아가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그곳에 내 사진을 걸지 않는다.”

 내년 4월 15일까지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첫 국내 개인전 ‘집시’를 여는 체코 출신 프랑스 사진작가 요세프 쿠델카 씨(78·사진)의 말투는 시종 꼬장꼬장했다. 16일 오후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그는 “이번에 제안받은 공간은 좀 협소하다고 판단했지만 어느 정도 그런 조건을 감안하면서 작품 배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공대를 졸업하고 항공엔지니어로 일하던 쿠델카 씨는 1968년 동유럽 자유화를 우려한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해 ‘프라하의 봄’을 앗아갔을 때 현장을 촬영하고 익명으로 해외 언론에 유포해 실상을 알렸다. 가족의 신변을 염려해 쓴 익명 ‘프라하의 사진가’는 이듬해 국제기자클럽에 의해 ‘로버트 카파 금메달’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1970년 서유럽으로 망명해 국제사진가그룹인 매그넘 소속 작가로 활동을 이어 왔다. 고향 땅을 다시 밟은 것은 20년 뒤였다. 2008년에는 1968년 소련군의 프라하 침공 사진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집시’ 시리즈 111점은 1975년 미국에서 발간했던 쿠델카 씨의 첫 사진집에 수록된 연작이다. 그는 “집시를 피사체로 택한 특별한 까닭은 없다. 그저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이번에도 전시실에 집시 음악을 틀어놓았다”고 했다.

 사진집 맨 뒤에 그가 생각하는 ‘최선의 전시 레이아웃’이 그래픽으로 정리돼 있다. 사진집의 작품 편집 순서와는 또 다르다. 보는 이와의 접점에 그가 얼마나 크게 신경을 쓰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사진 속 사람들은 한결같이 당당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쿠델카 씨는 “카메라는 중요하지 않다. 촬영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체로 택한 사람과 얼마나 똑바로 마주 보느냐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내 안에 비친 현실의 이미지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씌워 내보이는 작업이다. 피사체는 타인이지만 무엇보다 거기에 크게 담긴 건 촬영자의 시선이다. 누구에게든, 가장 정확한 초상 사진은 ‘타인을 촬영한 그의 사진’인 거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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