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무술감독과 함께 한 칼싸움 체험

김동욱 기자

입력 2016-12-09 03:00:00 수정 2016-12-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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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g 모형검 몇 번 휘두르니 팔 뻐근

멋있게 보이는가. 김동욱 기자(오른쪽)의 찌르기를 필립 올리언스 무술 감독이 직각으로 막고 있다. 기자의 보폭, 팔 길이, 운동신경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해 사전에 약속한 동작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릴 적 기자는 나뭇가지, 우산 등 긴 물건을 들고 칼싸움을 즐겼다.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 기자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 오랜만에 칼을 잡았다.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8∼11일·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무술감독을 맡은 필립 올리언스(51·영국)와 함께 무대 위 칼싸움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올리언스는 배우 휴 잭맨의 ‘팬’(2015년), 가이 리치 감독의 ‘아서왕’(2017년 예정) 등 다수의 영화와 수백 편의 연극, 오페라에서 무술감독을 맡았다.

 무술감독이 내 손에 17세기 유럽 검을 모델로 한 모형 검을 쥐여줬다. 무게가 약 4kg이란다. 그냥 몇 번 휘둘렀을 뿐인데 팔이 뻐근했다.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올리언스와 찌르기, 막기 등 연속 동작을 함께 만들었다. 설명을 들을 때는 쉬워 보였다. 하지만 막상 물 흐르듯 이어서 하려니 쉽지 않았다. 칼을 들지 않은 왼손이 부자연스러웠다.

 “왼손으로 싸움 도중 상대방의 손과 목을 잡아 기선을 제압할 수 있어요. 왼손도 또 하나의 칼입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의 찌르기를 칼로 막고, 바로 왼손으로 기자의 목을 잡아 쓰러뜨렸다.

 무술감독은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동작을 짜면서 좀 더 멋있게 보이는 방법을 고민한다. 출연 배우들의 운동신경에 따라 동작을 더 복잡하거나 간단하게 만든다. 오페라의 경우엔 음악에 맞춰 동작을 짰다.

 “실감 나는 칼싸움을 하려면 역사적 사실과 똑같이 할 수 없어요. 16∼18세기 유럽의 칼싸움은 대부분 5초 안에 끝났어요. 칼싸움을 한 당사자들 쌍방이 사망한 경우도 많았죠.”

 상대방의 칼을 막는 동작은 까다롭고 위험했다. 특히 막는 각도가 중요했다. 칼을 앞으로 밀면서 막으니 올리언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칼을 직각으로 쳐내면서 막아야 강해 보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관객이 보기에 어설퍼 보입니다.”

 10여 차례 연습 끝에 어느 정도 동작이 익숙해졌다. 자신만만한 기자의 표정을 보더니 올리언스가 다시 주문했다. “좀 더 빨리 해볼까요? 지금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동작을 빨리 하려다 보니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무술감독으로서 칼싸움은 쉬운 편이다. 올리언스는 눈싸움, 베개싸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을 감독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연극 섹스 신에서 채찍질을 가르치는 거였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젠 소리가 커서 강하게 때리는 것 같지만 아프지 않게 하는 방법을 익혔죠.”

 20여 분 만에 녹초가 된 기자를 보더니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꽤 잘한 편이에요. 다만 조금만 더 빨랐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다시 할까요?”

 칼싸움은 이제 졸업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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