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연고’의 힘? 윤성빈 금빛 질주

황규인 기자

입력 2016-12-05 03:00 수정 2017-02-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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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차대회 男스켈레톤 우승
부동의 1인자 두쿠르스 4위 그쳐… 호랑이 연고 바르는 윤, 성적 상승에
냄새 싫다던 외국선수들도 사용 늘어


윤성빈(왼쪽)과 리처드 브롬리 한국 대표팀 코치.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지난 시즌 세계 스켈레톤 선수들 사이에 ‘호랑이 연고(軟膏)’가 인기를 끌었다. 이를 유행시킨 주인공은 윤성빈(22·한국체대). 그는 “스켈레톤 선수들은 경기 전에 웜업(warm up) 크림을 바른다. 나는 후끈후끈한 느낌이 좋아 뚜껑에 호랑이 그림이 있는 그 연고를 발랐다”면서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다른 나라 선수들이 싫어했다. 하지만 점점 성적이 좋아지니까 그 연고를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보고, 그 연고를 바르는 선수가 늘어났다”며 웃었다.

 올 시즌에는 이 연고가 더 인기를 끌 것 같다. 윤성빈이 시즌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4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5초8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건 지난 시즌 7차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윤성빈은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인호 한국 스켈레톤 대표팀 감독은 “윤성빈이 계속 성장 중이기에 꾸준히 관리만 해준다면 2018 평창 올림픽 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성빈(왼쪽)과 리처드 브롬리 한국 대표팀 코치.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얼음 위의 우사인 볼트’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가 부진한 것도 윤성빈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두쿠르스는 이날 1분46초26으로 4위에 그쳤다. 윤성빈은 두쿠르스에 이어 랭킹 2위로 지난 시즌을 마쳤지만 두 선수 사이에 실력 차이가 적지 않았다. 지난 시즌 8차례 월드컵에서 윤성빈에게 1위를 내준 7차 대회를 제외하면 두쿠르스가 모두 금메달을 땄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두쿠르스가 금메달, 윤성빈이 은메달이었다.

 윤성빈은 두쿠르스에 대해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 우상이었다. 제 인사도 잘 안 받아줘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혹시 모를 일이다. 조만간 두쿠르스가 윤성빈에게 호랑이 연고 파는 곳을 물어볼지도 말이다.

 한편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BS연맹)는 전날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4초69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대표팀 이용 총감독은 “2차 시기 때 원윤종이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좀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두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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