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朴대통령이 지시한 것”

장관석기자 , 조건희기자

입력 2016-11-21 03:00 수정 2016-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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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대통령]檢조사서 관련사실 진술

코앞서 촛불집회 열리는데… 캄캄한 청와대 서울 등 전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19일 오후 청와대는 적막한 가운데 침묵에 잠겼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 대해 퇴진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60·사진)이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퇴진하라고 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CJ그룹이 정권 비판적인 문화 콘텐츠를 양산하다 정권의 칼날을 맞았다는 세간의 지적과 함께 검찰의 박 대통령의 대면 조사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또 최순실 씨(60·구속)의 딸 정유라 씨(20)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화여대의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건강과학대학장 등 고위 관계자 8, 9명을 출국금지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조 전 수석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말경 이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라거나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라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여권의 한 인사는 “조 전 수석이 대통령 이름을 팔아 CJ 측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고, 이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대통령으로부터 크게 질책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계에서는 청와대가 CJ를 압박한 이유는 영화 ‘변호인’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열기를 다시 살린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검찰 수사로 세간의 뒷말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CJ는 2012년 대선이 있던 해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나 케이블 채널 tvN ‘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청와대 심기를 건드려 현 정권의 대기업 사정(司正) 수사 1호에 올랐다는 말이 많았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할 경우 이 부회장 퇴진 압박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한 뒤 혐의가 입증되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검찰이 최 전 총장 등 이화여대 보직교수를 출국금지하고 전면 수사에 나선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남궁 전 처장이 면접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 씨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 체육특기생으로 지원했는데, 당시 남궁 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수험생 중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라고 요청했다. 정 씨는 면접 중 책상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고 “금메달을 보여 드려도 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면접위원들이 정 씨에게 100점 만점에 93점을 몰아준 덕에 정 씨는 면접평가 점수 1등이 됐다. 면접위원들은 정 씨가 아닌 다른 두 학생에게는 “전성기가 지났다”라는 이유로 최하점을 줬다. 남궁 전 처장은 “정 씨가 정윤회 씨의 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라면서도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 ‘안내’를 했다. 금메달리스트를 뽑는 것은 대학으로서도 좋은 일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정 씨는 입학 후에는 학점 특혜를 받았다. 정 씨의 기말 과제물은 이화여대 의류학과 이모 교수가 정 씨 이름으로 직접 만들었고, ‘K-MOOC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에서는 정 씨가 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정 씨 이름이 적힌 답안지가 제출됐다. 검찰은 정 씨에게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를 제공한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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