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하우스 톡톡]낯설어도 찾는다, ‘색다른 경험’ 나눌 수 있다면

오피니언팀 종합, 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입력 2016-11-18 03:00 수정 2016-11-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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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새우는 공간, 게스트하우스가 인기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인연과 추억을 더해주는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  
 


여행지에서 즉석 미팅

 “게스트하우스에서 직장인 미팅도 할 수 있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면 스트레스도 풀려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미팅한다고 하면 문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술집에서 술만 마시는 미팅보다 훨씬 자유롭고 재밌어요.”(이원희 씨·33·회사원)

 “무작정 휴학하고 제주도로 떠나 돈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잠자리를 제공받고 월급으로 관광 명소를 여행하기도 합니다. 돈이 없어 여행 떠나기 눈치 보이는 저 같은 대학생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 같아요.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영어가 느는 것은 덤이고요.”(조은별 씨·24·대학생)

 “해외여행을 가면 주위에 온통 새롭고 재밌는 것들이 많아 호텔에서 시간만 죽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숙소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그 나라에 대한 정보도 배울 수 있어요.”(애나 소피 씨·23·미국인 관광객)

 “얼마 전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은퇴 뒤엔 고향에 내려가 게스트하우스 하나 차려서 사람들 만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서울의 여러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취향은 어떤지 살펴보고 있어요. 낭만적인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습니다.”(박영삼 씨·55·예비 창업자)

 “지난해 10월 2030세대 남녀 300명에게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사항’을 물어봤습니다. 응답자의 33.3%가 접근성을 선택했고 청결함(30.7%), 안전성(17.3%)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행 다니기 얼마나 편한 장소에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입니다.”(송민규 씨·34·숙박 앱 야놀자 홍보팀장)
  


다양한 관광객 서비스

 “한옥 게스트하우스라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한복을 입게 해주거나 한옥마을의 대표적인 명소도 설명해줍니다. 온돌방을 소개해주면 좋아하는 외국인이 많아요. 일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김광수 씨·60·북촌 가온재 게스트하우스 대표)

 “스태프들이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주도해서 만드는 편이에요.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북한산 등산도 같이 가죠. 핀란드에 입양 갔다가 부모님 찾으러 온 관광객을 위해 모든 스태프가 나선 적도 있어요.”(이원섭 씨·48·이태원 G게스트하우스 대표)

 “홍콩이나 태국처럼 날씨가 습해 에어컨을 일상적으로 트는 나라 사람들은 보일러가 낯설어서인지 에어컨 온풍을 같이 틀어달라고 해요. 그들에게는 당연히 틀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냉방밖에 안 되는 에어컨이라고 설명할 때 난감하죠.”(강명진 씨·홍익대 시스엔브로 게스트하우스 대표)
 


외국인들의 호기심

 “전주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는데 주인이 외국인 관광객을 모두 데리고 나가 삼겹살과 막걸리를 사주더라고요. 한국에 왔으면 꼭 먹고 돌아가야 한다면서요. 한국적인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게 고마웠습니다. 프랑스 여행 갔을땐 와인 한 잔 못 얻어 먹었는데 말이죠.”(다이아나바 디알로 씨·29·멕시코인 관광객)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게스트하우스는 주변 상권이나 즐길거리에 대한 정보를 주는 곳이 드물어요. 물어 보면 대답을 해주긴 하지만 정리된 정보가 아니다 보니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죠.”(루실 사곳 씨·23·프랑스 교환학생)

 “한국이 제일 가족적이에요. 유럽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땐 한방에서 같이 자는 사람은 그저 룸메이트일 뿐이거든요. 스태프들도 그냥 체크인, 체크아웃 할 때만 얼굴 보는 형식적 관계죠. 한국은 스태프들과 요리하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있어요.”(아르마네 마졸렌 씨·22·프랑스 교환학생)
 


색다른 체험


 “남자 대학 동기들끼리 제주도에 여행갔다가 군대 내무반 시설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숙소를 찾아냈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과 군용 반합에 라면 끓여먹고 잠도 군대 침상에서 잤어요. 남자들만의 허세와 추억으로 가득했던 하룻밤이었습니다.”(장희범 씨·34·회사원)

 “혼자 기차 여행을 떠났다가 재밌는 곳을 만났어요. 지하에 홀이 있는데 공연을 하고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배우는 쿠킹클래스도 진행하더라고요. 룸메이트들과 대구 명소를 자전거로 다니기도 했습니다.”(김태훈 씨·25·대학생)

 “캠핑 분위기를 내는 곳도 있습니다. 캠핑을 좋아하지만 날씨가 추워 야외로 가긴 힘든 사람들에게 딱이죠. 내부에 잔디가 깔려 있고 나무테이블, 텐트도 갖춰져 있어 실제 야외 캠핑을 온 것처럼 느껴졌어요. 처음 본 사람들과 드럼통에 고기를 구워먹고 이야기하며 캠핑 감성에 젖을 수 있어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왕지영 씨·41·주부)
 


‘나 홀로’ 여행객도 부담 없어


 “메르스 때문에 관광 수요가 줄었던 작년을 제외하고는 2013년 985만 명, 2014년 1141만 명으로 서울시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늘며 게스트하우스 중 도시민박업은 2015년 732곳 2426실에서 2016년 9월 말 현재 878곳 2790실로, 한옥체험업은 105곳 407실에서 122곳 465실로 늘었습니다.”(장용운 씨·서울시 관광정책과)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숙박비가 싸니 빠듯한 생활비를 아끼기 좋죠. 장기 투숙객으로 방을 신청하면 15% 넘게 할인해주기도 해요.”(김세영 씨·27·연기 지망생)

 “올 3월부터 게스트하우스 사업의 인허가 기준이 강화됐습니다. 상가나 고시원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하는 게 완전히 금지됐습니다. 예전에는 벌금만 조금 내면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젠 문을 닫아야 해요.”(이환근 씨·48·숙박 창업 컨설팅업체 비앤비플래너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여행정보를 쉽게 알 수 있고 숙박 애플리케이션까지 나와 전국 각지의 숙박업소 예약도 수월해졌어요. 게스트하우스도 커플룸, 싱글룸, 셰어룸, 도미토리(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방)처럼 객실 형태가 다변화하고 있습니다.”(노일령 씨·30·숙박 앱 게스트하우스팀)

 “외국인 관광객 비수기에도 국내 관광객들이 몰려 도미토리룸은 인기예요.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이 많잖아요. 예전의 게스트하우스가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면 요즘은 오히려 국내 관광객이 많은 것 같아요.”(임상희 씨·48·이태원 늘라온 게스트하우스 대표)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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