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44>전혀 다르면서 매우 비슷한 인간사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입력 2016-11-08 03:00 수정 2016-11-23 16:58
피터르 브뤼헐, ‘네덜란드 속담’.
피터르 브뤼헐(1525∼1569)은 플랑드르의 미술가였습니다. 지금의 벨기에와 네덜란드에 해당하는 지역이었지요. 이곳에서 화가는 바로 곁 세상과 풍속을 꼼꼼한 미술로 구현해 냈습니다. 화가의 미술은 북유럽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당대 예술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미술의 전형을 따르지 않았지요. 핵심 인물이나 단일 주제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무심했어요. 그 대신 웅장한 캔버스에 인간 군상의 들썩임을 넣으려 고심했어요. 다채로운 당대의 시끌벅적함을 생생하게 담아내려 애썼지요.
스페인의 가혹한 통치와 극심한 종교 탄압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렸던 당시, 대중은 속담을 엮은 책에 열광했습니다. 미사여구가 아닌 익살과 해학이 돋보이는 문체로 써내려간 속담집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암울한 시대와 어리석은 인간을 비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을까요. 가벼운 농담, 유쾌한 지적이 유행했지요. ‘네덜란드 속담’은 이런 시대 정황을 반영한 그림입니다.
화가는 동시대 인간사로 무려 120여 개 속담을 표현했습니다. 그림 속 높은 건물 창밖으로 볼일 보는 사람부터 볼까요. 무책임한 행동을 뜻하는 속담 ‘달에게 오줌 누기’입니다. 돼지 떼에게 양손으로 꽃을 뿌리는 남자도 있군요. 무엇이든 함부로 여기는 사람에게 귀한 것을 주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속담 ‘돼지에게 꽃 주기’입니다. 깃털 모자로 한껏 멋을 낸 귀족도 보입니다. 신분을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속담 ‘엄지손가락 하나로 세상 춤추게 하기’입니다.
어떤 인물은 나무 기둥을 물어뜯는 중입니다. ‘나무 기둥 물어뜯기’는 진짜 해야 할 말을 숨기고 거짓말만 늘어놓는 행동을 가리키는 속담입니다. 밀밭에서 새 떼를 쫓는 농부도 있습니다. 정작 시급한 일은 한 해 농사를 망치고 있는 돼지 떼를 몰아내고, 자신 엉덩이에 붙은 불을 끄는 일인데도 말이지요. 사소한 일에 정신이 팔려 상황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인간을 꾸짖는 속담 ‘돼지가 밭에 들어간 줄도 모르고 새 쫓기’입니다.
우리 현실 속 부패한 인간들의 교활함을 풍자할 속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런 속담을 동시대 생활상으로 형상화한다면 등장인물과 사건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사기꾼과 위선자, 기회주의자와 출세주의자, 기만과 불신의 사건은 꼭 들어가야겠지요. 속담에 기대어 혹독한 시대와 아둔한 인간을 조롱했던 그림에 현재 우리 시대를 겹쳐 봅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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