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린다힐 하버드大 교수 “리더는 혁신의 설계자… 조직의 천재성 끌어내야”

장윤정기자

입력 2016-10-31 03:00 수정 2016-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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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전문가 린다 힐 하버드大 교수 인터뷰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조직을 바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거나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직 개편이 혁신을 불러오기는커녕 도리어 그 기업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조직에 혼란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혁신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30년 가까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몸담아온 세계적인 석학이자 ‘보스의 탄생’, ‘혁신의 설계자’의 저자인 린다 힐 교수(사진)는 조직 개편 자체보다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이 생명인 애니메이션 회사부터 자동차, 럭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는 남다른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천재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설계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11호에 실린 힐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조직 개편이 때때로 회사의 가치를 파괴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조직이 슬럼프에 빠져 있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도전이 필요할 때 조직 개편 등으로 조직을 흔들어 줘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너무 잦다 보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이다. 변화가 계속되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현재의 조직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게 된다. 게다가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 바뀌어 정답이라고 생각한 조직 구조가 사실은 적합하지 않은 사례도 왕왕 있다. 동료인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대 교수가 저술한 ‘티밍(Teaming)’이란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메시지를 던져 준다. 과거 고전적 조직이론에 따르면 팀을 적절하게 설계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는 팀을 구성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뿐더러 기존의 고정된 팀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임무들이 출현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팀’이 아니라 ‘티밍’이라는 게 에드먼드슨의 지적이다. 프로젝트에 맞는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한데 모았다가 일이 끝나면 이를 쪼개 다시 다른 그룹과 합치는 식의 티밍을 일상화해서 더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효율적인 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회사가 실행하고자 하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맞춰 조직을 디자인해야 한다. 전략과 조직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전략으로 옮겨 간다면 조직의 디자인도 바꿔야 한다. 이미 현재의 조직은 새로운 전략에 맞지 않는 ‘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8월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했다. 이렇게 조직을 개편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한 사업 부서를 독립된 형태로 가져가기 위한 까닭이 클 것이다. 이로써 검색 엔진은 검색 엔진으로서의 전략에 맞는 조직을, 자동차 공유 사업부는 그에 맞는 조직으로 움직이게 된다.”

 ―당신은 ‘혁신의 설계자’에서 혁신을 거듭하는 조직들을 연구했다. 이 조직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이 조직들은 크게 3가지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일단 ‘창조적 마찰’이 첫째다. 창조적 마찰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서로 경합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드는 능력이다. 보통 해결책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 갑론을박의 토론을 지렛대 삼아 창출된다. 따라서 건강하고 활발하게 토론이 이뤄지는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 예컨대 애니메이션 영화사 픽사(Pixar)는 ‘일일 점검회의’를 만들어 제작 담당자들이 모여 진행 과정을 검토하고 논의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창조적 민첩성’도 중요한 요소다. 경쟁을 거쳐 특정 대안이 떠올랐다면 각각을 실험하고 재빨리 피드백해서 조정해 나가야 한다. 혁신에는 불가피하게 시행착오가 따를 수 있는데 창조적 민첩성은 이를 교정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은 ‘창조적 통합’이다. 보통 혁신적인 해결책은 완전히 새로운 한 가지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마찰과 창조적 민첩성을 통해 찾아낸 여러 아이디어를 잘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따라서 인내가 필요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결합하고, 새롭게 진화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은 굉장히 명확하고도 투명한 규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충돌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한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구성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털어놓는 데 익숙하지 않다.

 “아시아 회사들도 창조적 갈등을 원하지만 그것이 꼭 실리콘밸리 방식일 필요는 없다. 한 아시아권 최고경영자(CEO)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비행기를 애용한다고 밝혔다. 비행기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란히 앉아서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눠야 한다. 사무실과 달리 위계를 뛰어넘어 동료처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도의 정보기술 업체인 HCL의 최고경영자(CEO) 비니트 나야르는 직원들이 토론을 하고 의견을 밝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사내 포털을 만들었는데 3년이 지나자 서서히 직원들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리더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혁신조직 리더들에게는 어떠한 특성이 있는가.

 “혁신을 이끌어내는 리더는 일반적인 ‘훌륭한 리더’와는 달랐다. 이들은 ‘나를 따르라’고 구성원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함께 협업함으로써 혁신적인 결과물을 생산하게 만든다. 가장 혁신적인 작업은 결국 협업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고 조직원들의 협업 의지를 고취시키는 데 집중한다.”

 ―당신이 말하는 ‘설계자형’ 리더십이 최근 들어 더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계속해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지독한 현실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지속적인 혁신이 더 이상 ‘나를 따르라’고 이끌어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사무실에 이미 앉아 있으며, 앞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는 단순히 리더를 따르기보다는 일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며 협업하기를 원한다. 개개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를 모아 혁신으로 나아갈 길을 설계해 가는 리더가 절실한 셈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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