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의지할 사람 있나요?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6-10-27 03:00 수정 2016-10-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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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에서 가장 너그러운 나라는?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하는 미얀마가 3년 연속 1위다. 미국과 호주는 그 뒤를 이어 2, 3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가장 인색한 나라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불명예를 차지했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의 기부지수는 70%, 중국은 11%였다.

 ▷2008년부터 CAF는 기부금, 자원봉사, 낯선 사람을 돕는 비율 등을 조사해 기부지수를 산출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통념과 달리 주요 20개국(G20) 중 기부지수 20위권에 든 나라는 5개국에 불과하다. 반면 미얀마는 나라는 가난해도 국민의 91%가 기부를 실천했다. 없이 사는 서러움을 겪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 마음을 더 잘 헤아린 것일까. 내전으로 고통받는 이라크가 2년 연속 친절한 나라 1위에 꼽힌 것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의 81%가 “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기부지수는 33%, 75위다. 순위가 올라도 시원찮은데 지난해 64위보다 11계단이나 추락했다. 자원봉사 비율 18%, 자선단체 기부 경험 35%, ‘낯선 이를 도운 적이 있다’는 응답은 46%다. 부자나라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남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설문에 26.6%만이 그렇다고 답해 23위였다. 사회 네트워크 수준도 최하위권이다.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35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어제 대한상의는 한국의 사회신뢰도가 덴마크 같은 북유럽 수준(69.9%)으로 올라가면 4%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나눔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온기가 도는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이자 경제 발전의 길인 셈이다. 지난달 성인(聖人)에 추대된 테레사 수녀는 가난과 굶주림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그들에 대한 무관심을 더 가슴 아프게 여겼다. “사랑의 결핍은 커다란 죄악”이란 말씀, 새삼 가슴을 파고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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