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엘시티 의혹… 정권 비리의 추억

이진 논설위원

입력 2016-10-26 03:00 수정 2016-10-2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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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에는 ‘시티’ 3총사가 있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그리고 엘시티다. 한창 공사 중인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코앞이다. 2019년 101층의 랜드마크타워와 85층 주거타워 2개 동이 완공되면 ‘해운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작년에 최고 7200만 원까지 치솟은 3.3m²당 분양가가 이런 기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명실상부한 최고급 주상복합단지가 되기에는 균열이 너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엘시티가 부산시 등에서 받은 특혜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조성원가 2330억 원인 땅이 2333억6000여만 원에 팔렸고 당초 안 된다던 주거시설이 허용됐다. 최고 60m 이하로 제한했던 건물 높이도 400m 이상으로 올릴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됐다. 시행을 맡은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과 법조인, 공무원 등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이지 않았다면 가능했겠느냐는 의혹이 증폭될 만하다.

 ▷부산지검은 그제 산하 동부지청이 담당하던 엘시티 비리 의혹 수사를 본청으로 가져오고 검사도 추가 투입했다. 국감에서 대검 감찰부가 이 사건과 관련해 판검사 이름이 들어간 접대장부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추궁까지 당하자 검찰이 뒤늦게 허둥대는 모양새다. 작년 10월에 착공할 때까지 나돈 온갖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엘시티 사업이 승인받은 시점은 2011년으로 박근혜 정부와는 상관이 없다. 승인 이후에도 이 사업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현 정부 초인 2013년 5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곳이 부동산 투자이민 대상으로 지정됐다. 특이하게도 지역이 아니라 일반 호텔 561실이 대상이었다. 정부는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곧이들리지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 때 한보 특혜 대출이나 이명박 대통령 때 파이시티 인허가 같은 정권 비리가 떠오르는 것은 과민한 탓일까.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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