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쭈쭈바’의 혁신을 배워라

민병선 소비자경제부 차장

입력 2016-10-24 03:00 수정 2016-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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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소비자경제부 차장
 40년 전인 1976년, 이름이 참 ‘즉물적인’ 빙과류가 나왔다. 바로 삼강산업(현 롯데푸드)의 ‘쭈쭈바’다. 비닐 속에 든 빙과를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혁신적 디자인 덕분에 쭈쭈바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먹는 모습을 절묘하게 묘사한 이름도 인기에 한몫했다. 실은 쭈쭈바보다 몇 해 전에 나온 삼립식품의 ‘아이차’가 국내 스틱형 빙과의 원조였다. 하지만 인기가 더 높았던 쭈쭈바가 스틱 모양 빙과의 대명사가 됐다.

 1969년에는 오뚜기식품공업이 국내 최초로 카레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달 별세한 이 회사의 설립자 함태호 오뚜기그룹 명예회장은 한국인에게 생소한 식품이던 카레를 알리기 위해 ‘시식회’란 창의적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길거리와 각종 행사장 등에 시식코너를 만들어 카레 맛을 알렸다. 또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버스에 광고를 게재했고, 제품 포장 박스에도 선전 문구를 실었다. 이런 노력 때문에 낯선 음식이던 카레는 사람들의 입맛을 서서히 사로잡았다.

 올해 4월 별세한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은 조미료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을 사로잡은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쌀값의 수십 배에 팔리는 걸 안타까워했다.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조미료 공장에 취직해 글루탐산 제조 공정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인 1956년 현 대상그룹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하고 조미료 미원을 만들었다. ‘맛의 원천’이란 뜻인 미원은 식당 주방의 필수품이 됐다.

 올해는 국내 식품업계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해이다. 오뚜기, 대상, 샘표식품 등 국내 식품업계 1세대인 창업주들이 올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별세는 국내 식품업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1세대들의 퇴장이 이어지는 올해 업계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유업, 빙과, 과자 등의 업계는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크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낮은 출산율이 큰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식품의 주 소비층인 20대 이하 청소년이 갈수록 줄면서 향후 시장 전망도 어둡다. 1970년대 초반 100만 명에 이르던 연간 신생아 수는 지난해에 43만8000여 명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24명에 그쳤던 저조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지속된다면 20년 뒤 신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장의 상황 변화도 거세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웰빙 추세가 이어지며 소비자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업계가 돌파구로 여기는 중국 진출도 간단치 않다. 중국이 올해부터 도입한 부부당 ‘두 자녀 정책’에 한국 식품업계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각종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대중 수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어려워도 해법은 있을 것이다. 식품업계의 1세대들이 보여줬던 혁신과 창의성이 위기 돌파의 답이 될 수 있다.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1909∼2005)는 저서 ‘위대한 혁신’을 통해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진행한다. 포도주 병의 코르크 마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역사도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사실은 수준이 점점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기업가도 새로운 능력을 더 많이 획득해야 한다.” 쭈쭈바, 카레 시식회 같은 혁신 말이다.

민병선 소비자경제부 차장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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