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훈련시켜 협력업체에 연결… ‘취업 첫발’ 탄탄대로

서동일기자

입력 2016-10-18 03:00 수정 2016-10-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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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스타트 잡페어 “일하니 행복해요”]<5·끝>고용디딤돌 프로그램 호평

《 KT 대전 중구 중앙로 은행직영점에서 유무선 서비스 판매 및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임희훈 씨(26)는 지난달 5일 직장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2015년 2월 상지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준비생’이란 이름으로 보낸 시간만 1년 반. 그는 이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임 씨는 ‘좁은 취업문’이란 현실을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 토익과 인턴 경험 등 소위 ‘스펙’을 갖추면 어딘가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임 씨가 KTX를 타고 서울 취업박람회와 채용설명회를 찾은 것만 10차례가 넘는다. 짧은 시간 동안 말로만 자신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셀프 홍보전단지’까지 만들어 채용 담당자들을 만났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 

8월 4일~9월 30일 직무 교육을 마친 KT 고용디딤돌(KT그룹 퓨쳐스타) 2기생들이 퇴소 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중 41명이 KT그룹 정규직 취업에 성공해 5일부터 근무를 하고 있다. KT제공
임 씨의 취업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정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대기업이 직접 취업준비생을 뽑아 훈련시킨 뒤 협력업체나 벤처기업에 취업을 알선하는 사업이다. 대기업이 청년과 협력업체 사이에서 ‘디딤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임 씨도 우연한 계기로 KT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퓨쳐스타’를 알고 지원해 취업에 성공했다. 임 씨는 “고용디딤돌은 막연히 취업박람회나 인터넷 취업 카페를 찾아다니며 채용 정보를 모으고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지금도 주변 취업준비생들에게 고용디딤돌을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취업 직후 대리 대우

 
5일 오전 대전 서구 갈마로 KT인재개발원 소강당에서는 KT 퓨쳐스타 3기생 입교식이 열렸다. 1, 2기생 중 임 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KT그룹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만 105명. 이들은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경남 제주 등 지역별로 고루 분포돼 있다. 이날 소강당을 가득 메운 취업준비생 200여 명도 KT그룹의 정규직이 되기 위해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 면접 등을 거쳐 선발된 인원이다.

 육군 부사관으로 입대해 올해 6월 중사로 전역한 신휘철 씨(25)와 대학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던 김지해 씨(21)도 3기생으로 지원했다. 각각 ICT엔지니어(정보통신 개통 및 AS), ICT 상담컨설턴트 부문(유무선 고객센터 상담)에 지원한 이들은 이날 입교식에서 “KT 퓨쳐스타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 직무 역량을 쌓고, 현장에서 퓨쳐스타 교육생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3주 동안 합숙훈련을 통해 각각 직무역량 교육을 받고 이후 4주 동안 현장실습교육(OJT)을 받은 뒤 선발된 인원은 KT그룹 정규직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KT 커스토머운영본부·현장훈련아카데미 배상윤 상무는 “퓨쳐스타 수료생은 계열사에서 사원이 아닌 대리급으로 취업하며 지점장 이상까지 승진 기회가 주어진다”며 “KT는 앞으로 신규 채용 규모의 40%까지 고용디딤돌을 통해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협력업체들에도 기회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중견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은 SK하이닉스 1차 협력업체다. 협력업체라고 기업 규모가 작거나 연봉이 적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편견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중국 대만 미국 등에 해외 법인이 있다. 신입사원 초봉(대졸자 기준)도 3200만 원 안팎으로 여느 대기업 못지않다.

 주성엔지니어링은 SK그룹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1기 참가생 중 1명을 채용했지만 현재 인턴십과정 중인 2기생 중에서는 최대 27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공채를 해도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어렵게 채용한 직원도 금세 이직하거나 조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가려운 곳’을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이 속 시원히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김상호 주성엔지니어링 채용담당 팀장은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신입사원 직무 전문교육을 활용할 수 있는 고용디딤돌은 또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 ㈜에스엠알오토모티브모듈코리아도 올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해 11명을 신규 채용했다. ㈜에스엠알오토모티브모듈코리아 유환욱 차장은 “연간 매출 3500억 원 수준의 중견기업이고 대졸 초임 연봉도 3500만 원 안팎으로 높은 편이지만 본사가 충북 청주시에 있다 보니 매년 우수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한 입사자는 2개월 합숙훈련, 인턴십 과정을 통해 실무 경험 위주의 교육을 받다 보니 조직 내에서도 ‘즉시 전력감’이란 평가가 높다”고 전했다.

○ 취업준비생, 협력사 양쪽의 갈증 해소

 “고용디딤돌을 알게 된 뒤 취업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룹 관계사와 협력업체 전문가가 직접 강의하는 실무교육을 받으면서 현장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었다. 준비된 상태로 인턴 과정에 임할 수 있어 마음도 든든했다.”(SK그룹 고용디딤돌 참가자 나모 씨)

 “고용디딤돌 출신 인력을 서로 채용하려고 하는 만큼 그룹사마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비전공자도 합숙훈련을 통해 기본 직무 역량 교육을 받은 덕분에 적응력도 높고 태도나 자질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KT 커스토머운영본부·현장훈련아카데미 이정환 부장)

 대기업이 훈련과 비용까지 부담하는 고용디딤돌은 구직자와 협력업체의 만족도가 높다. 취업준비생으로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기업 및 직무의 현장 교육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협력업체는 대기업 채용 교육 시스템을 빌려 양질의 인원을 선발할 수 있다.

 올해 9월 정부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및 기관은 총 29곳. SK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KT 롯데 등 대기업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정부기관도 다수 포함돼 있다. 현재 5000여 명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받고 있다.

 정부도 사업 확대에 나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고용디딤돌 운영 실적을 반영하는 한편 대기업과 공공기업이 고용디딤돌을 운영하면서 부담하는 직업 훈련 비용과 훈련수당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각종 지원도 늘릴 예정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의 반응을 체크하며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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