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버터 사랑의 건강학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6-10-18 03:00 수정 2016-11-23 13:15
우유에서 지방만 추출한 버터는 가장 오래된 자연식품 중 하나다. 그 기원은 인류가 처음 동물을 가축으로 길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터는 풍미를 더하는 재료를 넘어 폭넓게 쓰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기침할 때 먹는 약 혹은 아픈 곳에 바르는 연고로도 활용했다. 인도 힌두교도들은 지금도 크리슈나 신에게 버터를 바친다.
▷한국인이 ‘밥심’으로 살던 시절, 많은 이들이 초간단 버터밥을 즐겨 먹었다. 갓 지어 따끈따끈한 밥에 버터 한 조각 올린 뒤 간장 넣고 비비면 끝! 형편이 좀 나은 집에선 장조림 간장을 넣고 참기름도 찬조 출연했다. 최근 ‘먹방’ 프로그램에서 ‘호랑나비’의 가수 김흥국은 버터밥을 먹자마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해준 맛 같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버터와 밥의 소박한 이중주, 5060세대에게는 ‘엄마 밥상’이 떠오르는 추억의 맛이다.
▷100g당 칼로리가 700Cal 이상인 버터는 대표적 고지방 식품이다. 그런데 요즘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TV에서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버터와 육류 등 고지방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소개한 뒤 버터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한 대형마트는 9월 중순부터 버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버터 열풍이 다이어트 판도를 휩쓸면서 삼겹살을 버터에 구워먹는 삼겹살버터구이도 등장했다. 나이 든 세대라면 생각만 해도 속이 니글니글해지는 메뉴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고지방 식이요법을 하면 일시적으로 살이 빠질지 몰라도 영양 불균형과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 등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다이어트도 ‘신상’으로 소비되는 시대다. 황제 다이어트에 구석기 다이어트와 고지방 식단까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이 이어지고 있다. 풍작에도 쌀값 폭락을 우려하며 ‘우울한 풍년’을 맞은 농민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건강과 다이어트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 누구나 아는 대로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이 정답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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