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톡톡]해방과 자유, 쓸쓸함과 그리움… 혼자와 더불어 살기

오피니언팀 종합, 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입력 2016-10-14 03:00:00 수정 2016-11-23 16: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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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약 28%에 이릅니다. 혼자 사는 건 더 이상 낯선 삶의 형태가 아니죠. 사회 현상이 된 1인 가구의 일상과 혼자를 택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
 
나 혼자 이렇게 산다
 
 “돌아온 싱글입니다. 이혼 후 혼자 사는 건 그 이전에 혼자였던 것과 조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혼자 살아간다는 점은 같지만 예전엔 홀로 즐기는 것에 가까웠다면 요즘에는 혼자인 삶을 근근이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아요.”―유모 씨(47·회사원)

 “굳이 싱글 생활을 서둘러 탈출하려 애쓰고 싶지는 않아요. 친구와 둘이 생활했던 적이 있는데 외로움이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불편하기만 하더라고요. 요즘엔 그냥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려고 해요. 타인에게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고 투자하는 화려한 싱글이 될래요.”―김형철 씨(33·회사원)

 “직장 때문에 세종시에 홀로 내려와 있어요. 예전엔 그렇게 독립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혼자 살아 보니 많이 외롭네요. 청탁금지법이 화두이다 보니 저녁에 외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도 눈치 보여 퇴근 뒤엔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십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합격했는데 괜히 트집 잡힐 일은 하지 않으려고요.”―고모 씨(29·공무원)


 “이 나이에 혼자 산다는 게 뭐가 부끄러운 일이겠어요. 남편 떠나고 홀로 지낸 지가 벌써 10년이 되니 이젠 적적한 것도 모르겠던데요. 자식들은 이제 그만 서울로 올라와서 함께 지내자고 하는데 괜히 신경 쓰일 일만 안겨줄 것 같고요. 비록 혼자지만 정든 시골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요.”―김남례 씨(72·보석점 운영)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인 가구의 비율은 최근 5년간 5%포인트나 증가한 28%에 달합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5년에는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혼자 생활하는 건 지금 사회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현상이 아니에요.”―하봉채 씨(42·통계청 등록센서스과)
 
1인 가구를 위한 시장도 커져

 “1인 가구가 늘어났다고 무조건 작고 싼 제품이 인기를 얻는 건 아니에요. 각자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에스프레소 머신, 스타일 냉장고, 간편식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오븐 등 작지만 디자인과 기능이 강화된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입니다.”―윤용오 씨(45·롯데 하이마트 상품팀장)

 “예전엔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물이 500mL와 2L뿐이었거든요. 이제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을 겨냥해 한 번 먹기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1L 용량의 물을 새로 출시했죠. 즉석조리식품도 편의점 자체 상품으로 개발하면 큰 호응을 얻을 거예요.”―유억권 씨(BGF리테일 홍보팀)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한 식재료는 쉽게 조리할 수 있어야 하죠. 혼자 요리하기도 귀찮은데 기본 손질조차 안됐다면 구입할 리 없겠죠. 소포장 먹거리, 혼자 먹고 남기지 않을 분량의 음식이나 여러 개 사두고 조금씩 꺼내 먹을 수 있는 냉동채소 등도 1인 가구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요.”―김정선 씨(39·가락시장 상인)
 

혼자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복학하고 혼자 자취를 시작하면서 가장 잘할 수 있게 된 게 ‘혼자 밥 먹기’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고기 뷔페에서는 혼자 먹지 못하겠더라고요. 딱 한 번 고기 뷔페에 혼자 갔는데 막상 테이블에 앉으니 눈치가 너무 보이던데요. 계산하고 나오는데 음식점 사장님도 다음에는 친구와 같이 오라고 해서 정말 민망했어요.”―김재덕 씨(26·대학생)

 “이혼을 하고 혼자 살다 보니 주말에 적적하더라고요. 산을 좋아해 등산동호회를 알아봤는데 등산동호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그리 고운 건 아닙니다. 나이도 있고 사회적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그냥 혼자 산을 타며 만족하고 말죠.”―이모 씨(52·회사원)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약해져서 그런지 혼자 살면서 몸 아플 때가 제일 서럽습니다. 자식들 걱정할까 봐 말도 못하고 혼자 집에서 앓고 있죠. 몇 달에 한 번씩 손자들이 다녀가면 오히려 그 이후에 적적함이 오래 가더라고요. 오랜만에 집이 북적대다가 갑자기 또 혼자 덜렁 남으니 그런가 봐요.”―김순달 씨(74·상인)
 

외로움이 찾아오면

 “저는 ‘셰어 하우스’에서 살고 있어요. 방은 원룸처럼 각자 따로 쓰지만 거실이나 부엌에서 함께 어울리며 이야기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원룸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생활하다 가끔 외로움에 빠져들 땐 가까운 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져요.”―우성철 씨(25·대학생)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혼자 지내게 됐을 때 처음에는 자유로워 좋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느낌이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반려견을 분양받아 키웠죠. 강아지 ‘써니’는 언제나 회사에서 돌아오는 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홀로 있을 강아지를 돌봐주기 위해서라도 요즘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요.”―이경민 씨(26·회사원)

 “싱글족들에게 ‘책BAR’는 지식을 쌓으면서 외로움도 잊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볍게 술을 마시며 책BAR에서 각자 읽은 책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스스럼없이 서로의 고민도 터놓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최지훈 씨(39·회사원)
 

혼자를 택한 이유는

 “요즘엔 형제가 없는 사람이 많지요. 이런 사람들은 ‘나 홀로’라는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한 삶의 조건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던 시대의 옛날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 고립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요즘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가 있어 혼자 살고 밥 먹고 영화를 봐도 굳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습니다.”―노명우 씨(50·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1인 가구를 그린 다양한 TV 프로그램이 대중매체에 노출되며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졌습니다. ‘혼자’라는 것에 대한 젊은 세대, 즉 2030세대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트렌드에 상당히 민감한 20, 30대 여성은 혼자 생활하는 게 ‘자유롭고’ ‘행복한’ 것으로 느끼는 비율이 71.8%에 달할 정도입니다. 혼자 사는게 더 이상 흠이 아니라는 거죠.” ―윤덕환 씨(46·엠브레인 트렌디모니터 총괄이사)

 “한국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집합주의적 문화가 자리 잡은 곳이에요. 이런 문화의 특징은 인간관계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회사 팀원, 대학 친구같이 외부로부터 주어진다는 점이죠. 강제적으로 주어진 관계에 의무나 책임이 더해지니 피로를 느끼고 관계를 단절하려는 욕구가 생겨나는 겁니다.”―나진경 씨(39·서강대 심리학과 교수)

 “자발적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한 청년들, 빈곤층, 홀몸노인 등 비자발적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 느낀 건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의료 복지 서비스가 정말 탄탄하다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도 비자발적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 서비스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지현 씨(28·대학원생)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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