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페어 찾아 문 두드렸더니… 일자리가 열렸어요

김현수기자 , 최고야기자 , 김성모기자

입력 2016-10-12 03:00 수정 2016-10-12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016 리스타트 잡페어/“일하니 행복해요”]<1>재취업으로 날개 단 사람들

“일하는 기쁨에 매일매일 즐거워요” 이민경 IBK기업은행 계장(위 사진)과 홍지혜 롯데홈쇼핑 과장(가운데 사진)은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뒀지만 늘 사회생활에 대한 꿈을 꿨다고 말한다. 박미리 유니클로 사원은 ‘알바’와는 다른 소속감에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김경제 kjk5873@donga.com·원대연 기자·유니클로 제공
 10일 오후 2시 반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퇴직연금부. 자리에서 일어난 이민경 계장(35)은 동료에게 업무 상황을 전달한 뒤 조용히 퇴근을 준비했다. 이때부터 그의 ‘엄마 일과’가 시작됐다. “태권도 학원에 들러 다섯 살짜리 아들을 챙기고, 방과 후 돌봄교실에 있는 초등학교 1학년 딸도 데리러 가야죠.”

 이 계장은 지난해 9월 IBK기업은행에 시간선택제로 입사했다.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2시 반까지 4시간 동안 점심도 거르고 일한다. 퇴근하면 오후 10시까지 육아와 살림, 업무 준비로 시간을 보낸다. 웬만한 직장인의 야근 스케줄 못지않다. 일을 시작하고 체중이 4kg이나 빠졌다. 그는 “그래도 매일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것, 사회에 뭔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여러 이유로 일을 놓았다가 다시 취업한 6명의 스토리를 들었다. 이들은 △환경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퇴사 △퇴사로 인한 우울감 △적극적인 재취업 노력 △취업 후 삶과 일의 균형 회복이라는 공통 패턴을 보였다. 이들은 “일을 통해 돈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 “내가 왜 열심히 공부했지?”

 
2010년 12월, 임신 6개월. 8년간 일한 회사에서 나와야 했다. ‘몸도 안 좋은데 쉬는 게 어떠냐’며 회사가 사직을 권했다. 아이를 낳고는 엄마로만 살았다. 늘 사회에 나오고 싶어 기회를 엿봤다. 마침내 지난해 1월, 그는 다시 사회인이 됐다. 4년 만이었다.

 홍지혜 롯데홈쇼핑 CS혁신팀 과장(38)의 얘기다. 홍 과장은 지난해 1월 시간선택제로 롯데홈쇼핑에 입사했다. 하지만 지난달 일반 직원과 같은 전일제 근무로 바꿨고, 과장으로 승진도 했다. 홍 과장은 “이제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 보낸 4년간 우울함에 몸까지 아팠다고 한다. 그는 “사회의 일원으로 월급 받는 삶이 좋았는데, 그걸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의 이 계장도 그랬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철강회사에서 전공을 살려 일했다. 2009년 딸을 낳고 육아휴직 후 복직했지만 ‘돌쟁이’ 딸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이 계장은 “남성 중심적인 회사일수록 여자도 경쟁적으로 일해야 살아남는다”면서 “둘째 육아휴직은 엄두도 못 낼 것 같아 일을 그만뒀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살 걸 왜 열심히 공부했지’라며 회의가 심하게 들었다.

 홍 과장이나 이 계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틈틈이 자격증을 알아보고 기사를 열심히 읽으며 꿈을 접지 않았다.

 조선미(가명·41) 씨는 일자리 채용 정보가 없어 답답해하던 차에 지난해 10월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리스타트’ 취업박람회에 들렀다가 채용된 케이스다. 조 씨는 “당시 리스타트 현장에 있는 SK서비스에이스 부스에 연락처를 남겼는데 올해 8월에 시간선택제 일자리 하나가 공석이 됐다는 연락을 받아 면접을 봤고, 지난달 정식 채용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다섯 살 아들을 둔 조 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일한다. 조 씨는 “정규직이라 육아휴직을 쓸 수도 있고, 대기업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 “화장한 엄마가 예뻐요”

 이현진 스타벅스 충남 천안시 성정DT점 부점장(36)은 2003년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둔 지 11년 만인 2014년에 같은 회사인 스타벅스로 돌아왔다. 그간 두 딸을 낳고 육아에 전념했지만 무기력함을 느꼈고, 도전했다. 이 부점장은 “아이만 돌보는 데 지쳐 있다 보니 짜증도 많았는데 이제는 굉장히 활기차졌다”며 “반대하던 남편도 이젠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새로 얻은 일자리가 소중한 것은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박미리 유니클로 사원(50)은 지난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014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이 생기면서 유니클로에서 판매직 사원을 뽑을 때 계약직으로 지원했다가 승급시험을 거쳐 정규직이 된 것이다.

 박 씨는 “연차휴가도 있고 월급도 받으니 친구들과 1년에 서너 번은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다닌다”며 “갱년기가 와서 참 힘들었는데 친구들과 일자리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원래 전공이나 경력을 살려 관리직으로 곧바로 이동하긴 힘들다. 현재 자신이 시간선택제 등으로 일하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중장년층은 어린 상사를 대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유니클로의 박 씨는 “처음에는 젊은 상사가 이름을 불러 불편했지만 이제 적응했다”고 말했다.

 김명식(가명·57) 씨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기기 판매 영업을 하다 지난해 커피박물관 및 레스토랑 업체 ‘왈츠와 닥터만’의 바리스타로 변신했다. 김 씨는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일도 달라지고 월급도 낮아졌지만 생각을 바꾸니 즐겁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갈 곳이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김성모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