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테이지] 연극 플라나리아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양형모 기자

입력 2016-10-11 17:53 수정 2016-11-23 16:5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가까운 미래.
전대미문의 커플 메이킹 호텔이 있다.
이곳에서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 자가 유죄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30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는 혹독한 운명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한 남자.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숲으로 도망을 친다.
숲 속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살고 있었다.
솔로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절대규칙은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하지만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을 만나게 된다.

연극 플라나리아는 ‘랍스터’라는 영화가 원작입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찰의 메시지를 독특한 영상미에 담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이지요.
201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극단의 극단’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극단’의 네 번째 정기공연입니다.
극단의 극단은 연출, 배우, 스태프 간 균형 잡힌 공동창작, 내용과 형식에 있어 관습으로부터의 탈피, 경계를 향한 돌진을 취지로 2013년에 창단되었다고 합니다.
20대, 30대의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되었습니다.

오페라 팬들이라면 굉장히 친숙한 이름인 수지오페라단이 연극 플라나리아를 후원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군요.

이호웅씨가 원작을 각색하고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호웅 연출은 배우 장영남씨의 부군이기도 합니다. 극단의극단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호웅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배우의 연기와 관련된 연구와 실험은 크게 ‘몸틀과 물체없는 행동’, 두 개의 카테고리 안에서 진행되었고 공연 안에서 이러한 원리들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최병조 이초롱 김성규 전호현 박수진 김별 이규성 박민지 천슬기 배나경 최민 윤유정이 출연합니다. 뮤지컬 배우인 박민지씨를 연극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로군요.

10월12일부터 10월19일까지 단 일주일간 막을 올립니다.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혜화당입니다.

굳이 유죄 운운하지 않더라도, 사랑에 푹 빠져보고 싶은 가을이로군요.

바람이 살랑살랑 마음에 부는 저녁에 대학로 연극 한 편,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