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의 오늘과 내일]지금 대한민국은 정말로 안전한가

황재성 경제부장

입력 2016-10-04 03:00 수정 2016-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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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안전한 거지?”

황재성 경제부장
 지난 주말 만난 지인들에게서 이 질문을 받았다. 예전에도 종종 들었던 얘기지만 말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달랐다. 그만큼 대한민국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반증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무엇보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 핵과 미사일 실험 빈도를 높이고,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징계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염려했다. 북한은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노동미사일 발사 등 다양한 군사 실험을 단행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168개 회원국은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방위 압박을 준비 중이다.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대책처럼 거론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설치 장소가 우여곡절 끝에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으로 결정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나의 지인들은 궁금하다고 했다.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지.

 경제 위기 상황은 이미 우려를 넘어선 수준이다. 우선 한국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 부문은 침체 징후가 뚜렷하다. 올해 8월 1년 8개월 만에 반등했던 수출액이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갤럭시 노트7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인한 무선통신기기 부문 부진과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생긴 수출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유럽 및 중국발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저유가 등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6월에 하향 조정했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2.8%)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13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둔 가계부채, 급속도로 진전되는 고령화 문제 등은 난마처럼 얽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철도 등 공공 부문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르노삼성 등은 파업 강도를 높이겠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자동차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의 여파로 2005년 이후 지켜왔던 세계자동차 수출국 3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자동차 노조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더욱 갑갑한 것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정부가 제대로 된 수습책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의 지인들은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리는 괜찮은 건지.

 지난달 12일 발생한 경북 경주 지진은 강 건너 불처럼 여겨졌던 지진에 대한 공포를 실감시키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동부지역보다 지진 발생 위험도가 높다. 또 지진은 경주 일대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국민이 두려워하고 불안해할 상황들은 쌓여가지만 정작 이를 해결하고 국민을 다독여줄 정부나 국회, 청와대, 시민사회 어디에서도 실효성 있는 노력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입장에서 주장만 앞세우며 갈등을 키울 뿐이다. 국방과 경제, 국토에 이르기까지 상상하기 어려운 초대형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은 정말로 안전한 것인가. 지난 주말 나의 지인들은 진실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했다.

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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