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으로 거듭난 廢공장 흥미진진

손택균기자

입력 2016-09-05 03:00 수정 2016-11-23 17: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016 부산비엔날레 11월 30일까지

김학제의 ‘욕망과 우주 사이’. 모조 인공위성과 우주공간 애니메이션을 병치했다.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을 주제로 내세운 2016 부산비엔날레가 3일 개막했다. 11월 30일까지 23개국 작가 121명의 작품 316점을 선보인다.

2년 전 행사 때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젊은 기획자들이 공간 일부를 활용해 인상적인 공동기획전을 선보였던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대형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리모델링돼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주요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공식적인 메인 행사장은 시립미술관이지만 주최 측은 새 공간에 방점을 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작품 규모와 전시 레이아웃 모두 F1963 쪽이 한층 더 흥미롭다.

1963년 지어 8년 전까지 강철 와이어를 생산했던 공장 건물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약 1만 m² 규모의 공간을 활용해 전시실 외에 레스토랑과 카페 등 부대시설을 넉넉히 마련했다. 익숙한 미술관 전시실과 다른 고풍스러운 공간감이 도드라진다.

지름 9.5m의 붉은 방수포를 천장에 매달아 모터로 회전시켜 일렁이게 하는 조로 파이글(네덜란드)의 설치작품 ‘양귀비’, 높다란 창고 공간을 큼직한 스크린으로 가득 채운 조아나 라이코프스카(폴란드)의 영상작품 ‘내 아버지는 나를 이렇게 만져주지 않았다’ 등은 지나는 이의 발길을 예외 없이 붙든다. 전시 현장의 스케일 또한 관람객과의 소통로를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키는 사례다.

상대적으로 시립미술관은 공간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준다. 일본관 작품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1970∼1990년대 구작인 까닭에 당대의 미술과 그것을 둘러싼 여러 현상을 조명하는 비엔날레의 취지에 부응하지 못했다. 눈길 끄는 근작을 F1963에 모은 것이 의도적인 선택이었다면 시립미술관에도 허허로움을 채울 배려가 필요했다.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