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연습벌레 최경주, 힘의 원천은 ‘책임감과 태극기’

주영로 기자

입력 2016-09-02 05:45:00 수정 2016-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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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오른쪽 두 번째)가 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의 TPC보스턴에서 후배들과 연습라운드를 하며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치방크 챔피언십을 준비했다. 맨 오른쪽에 태극기가 그려진 최경주의 골프백이 보인다. 노턴(미 매사추세츠 주)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PGA 17년 동안 근면·성실의 아이콘
‘한국 최초’의 산 역사…후배들에 귀감
골프백 정면에 새겨진 태극기는 분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7년 차 최경주(46·SK텔레콤). 2000년 PGA 투어에 진출해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태극기를 펄럭이고 있는 그의 이름 앞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스타’ 그리고 ‘자존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스타들이 즐비한 PGA 투어에서 최경주가 살아가는 법이 궁금했다.


● 근면, 성실 그리고 노력

1일 오전 8시30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 TPC보스턴의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최경주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마무리 훈련 중이었기에 최소 1시간 전부터 연습 중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 최경주는 김시우, 강성훈, 대니리와 함께 1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해 연습라운드를 시작했다.

부지런함은 최경주가 PGA 투어에서 살아가는 첫 번째 힘이다. 그는 전날에도 오전 일찍 골프장에 도착해 스윙을 점검하고 9홀을 혼자 돌며 연습라운드까지 했다. 그리고 이날도 새벽같이 골프장에 나왔다. 부지런함으로 순위를 따지면 PGA 투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다. 최경주는 말했다. “남들보다 일찍, 남들보다 많이 그리고 남들보다 늦게까지 하면 된다”고.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전날 최경주는 스윙코치를 동반하고 9홀 연습라운드를 했다. 18번홀 스탠드에 앉아 최경주의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 약 1시간 남짓 앉아 있는 동안 여러 명의 선수가 지나갔다. 최경주는 18번홀에서 오랜 시간동안 머물렀다. 18번홀은 530야드에 불과한 짧은 파5 홀이다. 그러나 그린 주변이 어렵다. 그린은 다소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고, 뒤쪽으로는 심한 내리막 경사여서 공이 잘 흘러내려간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만 약 30분 정도를 보냈다. 뜨거운 햇볕까지 내리 쬐어 5분만 서 있어도 얼굴이 따가울 정도였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린 앞에서부터 뒤까지 공을 굴려보고 그린 밖에서도 어프로치와 퍼터로 공을 치면서 그린을 이 잡듯 파헤쳤다. 한참이나 땀을 흘린 최경주는 그제야 만족했는지 그린을 빠져나갔다.

최경주는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에서 컷 탈락했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느라 연습이 부족했다. 3주 동안 골프채를 잡지 못했던 것이 실전에서 그대로 나왔다. 2차전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페덱스랭킹 88위인 최경주가 3차전 진출을 위해서는 25위 이내에 들어야 안정권에 들어간다. 이날 오후 4시가 다 돼 골프채를 내려놓은 최경주는 “준비는 잘 됐다. 그러나 준비를 잘 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이 나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 하겠다”며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부지런함과 끊임없는 노력은 누가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다. 맨 몸으로 PGA 투어에 부딪혀 오늘의 성공을 이뤄낸 최경주에겐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최경주가 ‘탱크’로 불리는 이유다.

최경주.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흔들리지 않는 저력 그리고 태극기

신앙과 책임감 또한 최경주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경주에게 신앙은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왔다. 그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앙이 있었기에 조금 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책임감 또한 최경주를 이끄는 커다란 힘이다. 최경주가 걸어가는 길은 늘 ‘한국 최초’였다.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 최다승 등 최경주가 남긴 발자취는 곧 한국 남자골프의 새 역사였다. 최경주는 “그런 책임감이 있었기에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막중한 임무를 끝까지 수행해 나갈 뜻을 밝혔다.

17년 동안 PGA 투어를 뛰면서 몇 번의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경주는 그때마다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보고 PGA의 꿈을 키워 온 후배들을 위해서다.

최경주의 골프백 정면에는 ‘KJ CHOI’라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여전히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에 최경주처럼 국기를 가방에 새겨 놓고 다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최경주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태극기가 새겨진 골프백을 들고 다닌다. 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프선수로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생활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최경주는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태극기를 떼지 않을 것이다”고 긍지를 보였다. 최경주에게 태극기는 자신이나 다름없었다.


최경주

▲1970년 전라남도 완도 태생
▲1996년 한국 오픈 첫승
▲1999년 일본 골프 투어 우승
▲1999년 한국인 최초 미국 PGA 투어 자격획득
▲2002년 한국인 최초 PGA 투어(뉴올리언즈 콤팩 클래식) 우승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노턴(미 매사추세츠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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