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바그너의 퓌센부터 ‘음악의 수도’ 빈까지… 작곡 거장들을 찾아서

유윤종 기자

입력 2016-08-25 03:00 수정 2016-11-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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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기자의 ‘독일 오스트리아, 축제와 호수에 빠지다’

누구나 아는 랜드마크에서 셀카봉으로 인증샷찍고, 다음 장소로 달려가는 여행은 이제 그만. 예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대가와 명인의 흔적을 찾아보고, 걸작이 탄생한 장소를 찾아 거장의 내면을 느껴보는 문화 테마여행이 대세다. 올가을엔 알프스 산맥 동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찾아 음악사를 대표하는 작곡 거장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각 지역의 향기를 전해 주는 음악을 휴대기기에 넣어 간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짐을 꾸릴 용기가 없어도 좋다. 눈을 시원하게 하는 사진들을 찾아 보고 고금의 명선율을 듣는 것만으로 반쯤은 흰 알프스 연봉이 머리에 채워질 것이다. 동아일보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걸친 동부 알프스 일대에서 대작곡가들의 자취와 축제를 만나는 ‘독일 오스트리아, 축제와 호수에 빠지다’ 여행을 9월 30일∼10월 10일, 총 11일 일정으로 준비했다.

퓌센 ‘노이슈반슈타인 성’
퓌센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는 왕세자 시절 리하르트 바그너가 중세의 전설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에 심취했다. 18세 때 왕위에 등극한 그는 가장 먼저 ‘혁명파’로 몰려 외국으로 망명했던 바그너를 예우를 갖춰 초청했다. 루트비히 2세는 어린 시절 ‘백조성’으로 불렸던 호엔슈반가우 성에서 맞은편 언덕을 바라보며 중세와 기사 전설의 공상을 키웠고, 왕위에 오른 뒤 6년 뒤엔 그 언덕에 자신의 환상을 집대성한 꿈의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다. 이 성은 이후 미국 디즈니랜드에 있는 신데렐라 성의 모델이 되었다. 추천곡은 백조의 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3막 전주곡(인터넷 검색어:Lohengrin prelude to act 3)과 ‘결혼 행진곡’(wedding march). 결혼행진곡은 오늘날 세계인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듣는 선율이기도 하다.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추크슈피체’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두 마을이 합쳐져 복잡한 이름이 되었지만 통칭 ‘가르미슈’라고 불리는 곳. 1936년 겨울올림픽이 열린 곳이며, 독일 최고봉인 추크슈피체(해발 2962m)에 오르기 위한 전진기지기도 하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한 시간 남짓만 오르면 의외로 쉽게 가슴이 탁 트이는 만년설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순례자와 등산 중의 희생자를 기리는 정상 부근의 금빛 십자가를 붙잡고 벌벌 떠는 다른 관광객들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추천곡으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An alpine symphony)’를 꼽을 만하다. 새벽에 산을 오르기 시작해 찬연한 일출을 만나고, 정상 정복의 희열을 느낀 뒤 폭풍을 만나지만 결국 고요한 일몰을 바라보고 하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소리의 그림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뮌헨 ‘옥토버페스트’
뮌헨

옛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이자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9월 말부터 10월까지 펼쳐지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무대로도 알려진 곳이다. 중세의 자취가 아련한 고딕 양식의 시 청사부터 푸른 녹지와 개울이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영국 정원’까지 이상적인 도시의 모든 것을 갖추었다.

추천곡은 이 도시 출신의 작곡가이자 리듬 교육 창안자로도 인정받은 카를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TV 예능 오락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반전이 펼쳐질 때마다 배경 음악으로 울려퍼지는 합창이 바로 이 작품의 첫 악장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다.

잘츠부르크 전경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로 넘어왔지만 독일 국경이 바로 옆에서 손짓하는 곳.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원이었지만 중세부터 황제보다 대주교의 권한이 강력해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킨 곳이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잘차흐 강을 내려다보는 고즈넉한 풍경은 장관이다. ‘도레미송’의 무대인 미라벨 정원 등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고장으로서 세계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추천곡은 당연히 이 도시 출신으로 세계 음악사의 챔피언이 된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 영화 ‘엘비라 마디간’ 주제곡으로도 쓰인 피아노협주곡 21번(Piano concerto no.21)이나, 후기 3대 교향곡(Late symphonies)으로 귀를 꽉 채우며 중세 향기 가득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나절도 한 시간처럼 짧다.


잘츠카머구트 ‘할슈타트’
잘츠카머구트

잘츠부르크 동남부 일대로 넓게 퍼진, 푸른 호수와 높은 산들이 어우러진 천혜의 휴양지다.

모차르트와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말러에 이르는 대작곡가들이 이 일대에서 휴가를 보내며 푸른 대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호숫가의 동화마을’로 불리는 할슈타트의 전경은 잘츠카머구트의 대표적인 ‘우편엽서 이미지’로 통한다.

이 지역의 중심지인 바트이슐에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유행한 가벼운 오페라 ‘오페레타’의 대표자였던 프란츠 레하르가 살았던 집과, 휴양하러 온 귀족들이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객석을 메웠던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레하르의 대표작인 오페레타 ‘유쾌한 과부(Die lustige Witwe)’에 나오는 아늑한 이중창 ‘입술은 침묵하고(Lippen Schweigen)’를 추천곡으로 권한다.

린츠 ‘브루크너하우스’
린츠

오스트리아와 독일, 체코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브루크너의 도시’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교향곡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바그너의 정신을 교향곡에 도입한 장려한 교향곡 아홉 곡(습작 포함 11곡)을 쏟아놓았다. 중세 숲과 산악을 헤쳐 나가는 듯한 이 대곡들은 오랫동안 이해받지 못하다가 오늘날 베토벤, 말러 등의 교향곡들과 함께 세계 교향악단의 표준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브루크너는 이곳 인근의 작은 도시 안스펠덴에서 태어났지만 1974년 린츠에 개관한 ‘브루크너하우스’에서 매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고의 악단과 예술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브루크너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어 KBS교향악단, 수원시립교향악단, 국립합창단 등이 유럽 유수의 예술단체들과 나란히 공연을 펼친다. 브루크너의 유산 외에도 알록달록한 건물들로 둘러싸인 중앙광장, 최신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전자예술센터 등 옛것과 새것의 볼 거리들이 수두룩하다. 추천곡은 물론 브루크너의 교향곡. 그의 장엄한 음악세계 중에서도 우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향곡 4번 3악장(Bruckner Symphony no.4 mov.3), 7번 2악장(Symphony no.7 mov.2)을 추천한다. 모차르트가 이 도시에서 쓴 교향곡 36번도 ‘린츠’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현재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일부, 이탈리아 일부 등을 영유했던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이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이 활약했던 ‘세계 음악의 수도’. 수없이 이사를 다녔던 베토벤의 집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음악가의 체취가 골목골목을 지배하고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명곡의 목록도 엄청나게 긴 만큼 추천곡을 뽑기 두려울 정도이지만, 도나우 강가에서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An der sch¨onen blauen Donau)’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 등장한 빈 국립오페라(슈타츠오퍼)에서는 한 세기 전 이 극장의 감독을 지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떠올려 보아도 좋을 것이다. 장려한 교향곡 5번 피날레(Mahler Symphony no.5 mov. 5)는 어떨까.

한편 동아일보가 마련한 ‘독일 오스트리아, 축제와 호수에 빠지다’ 여행은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 멜크,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 독일 뮌헨,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추크슈피체), 퓌센(노이슈반스타인 성),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잘츠부르크, 잘츠카머구트(할슈타트), 린츠, 그라츠를 거쳐 빈에서 여정을 마친다. 린츠 브루크너하우스에서 브루크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갈라 콘서트와 정명훈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5번 콘서트를 감상하고,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리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남다른 감동의 시간을 경험하며 뮌헨 옥토버페스트에도 자리를 함께해 즐거운 시간을 가져 본다. tourdonga.com 02-361-1414


유윤종 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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