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무늬만 ‘대치동 학원’… 아파트 분양 시장까지 진출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6-08-10 01:30 수정 2016-08-10 07:51
‘평택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등 대치동 학원 프리미엄 내세워
얼마 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한국의 교육 행태를 꼬집는다. 영화감독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학생들이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해야하는 씁쓸한 상황을 그려냈다. 희극적 요소가 많아 작품 자체는 유쾌했지만 끝 맛은 전혀 개운치 않았다.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번쯤 겪을 만한 이 같은 현실이 눈에 훤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 사회는 학원 교육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 우리 학부모들 머릿속엔 ‘유명 학원=명문대’ 공식이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다. 이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유명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서울시 강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9일 현재까지 대치 학원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원 수는 총 962개에 달한다. 이중 934개가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학원이다. 하지만 이들 학원이 모두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해당 교육청 학원 담당자는 “주로 학교 교과과목 위주의 보습학원이 많다”며 “학원이 수시로 없어지거나 다시 생겨 숫자 변동이 잦은 편”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치 학원가’라는 문구를 앞세운 광고는 여전히 활개를 친다. 최근에는 수도권 인근 신규 아파트 분양에도 단지 내 ‘대치동 학원’ 유치를 활용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에겐 학군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7월 분양을 마친 ‘반도유보라 동탄2 아이비파크 10.0’,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등은 대치동 학원가 시스템 도입을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서울 생활권과 떨어진 곳임에도 기간 내 청약을 모두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동문건설 분양 관계자는 “평택 최초의 맘스 특화설계와 대치동 명문학원 타운을 선보여 주부들에게 호응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학원 마케팅은 부동산 광고대행사를 통해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단지 광고대행사 측이 제안한 교육 특화 사업에 솔깃해 구체적인 검증 없이 덥석 문 것. 해당 건설사들이 학원 측에 확답을 받은 건 고작 실제 대치동 강사가 전체 수업의 50%를 책임진다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면서 학원 운용을 돕기 위해 2년 간 아파트 내 혹은 인근 상가 건물 임대를 보증하고,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일정부분 학원비 지원까지 해주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치누리교육’이라는 곳과 학원 시스템 도입 협약을 맺었다. 매쓰홀릭, 대치 하이퍼리뷰, 대치스타, WE MATH, ISE 등으로 구성되는 대치누리교육은 해당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로 영어와 수학에 중점을 둔 커리큘럼을 짠다고 설명했다.
양창원 대치누리교육 대표는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영어·수학을 대치 학원가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할 것”이라며 “전체 수업의 50%를 실제 대치동에서 수업하는 강사가 강의를 하고 나머지는 지역 선생님들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 전 대전 반석동 한화꿈에그린 아파트에 비슷한 형태로 운영한 적이 있지만 학원생들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했다”며 “따라서 수업 방식은 차후 학원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최적의 커리큘럼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늬만 대치동 학원 일뿐 ‘그냥 학원’을 아파트 홍보를 위해 과대 포장한 것이라고 경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치동 학원 시스템이 특화된 이유는 체계적이고 세밀한 학원생 관리가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대치동은 스타 강사들의 집결지고 ‘규모의 경제’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성향에 맞는 다양한 특성화프로그램이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교습은 최소 100개 이상의 학원이 밀집한 곳에서 과목별로 상담 받아 최적의 학습방법을 찾는 것인데 동탄이나 평택 신규 아파트 단지는 학생 수가 적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치동 일부 학원의 수학 교육은 초등학생부터 일대일 학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 개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내신만이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치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기초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학원 관계자는 “각 과정별 수의 이해부터 초등 전 과정 심화까지 세분화했고 한 반 정원을 5명으로 제한했다”며 “난이도를 달리한 수준별 자체교재를 사용해 초등 3학년까지는 초등수학 전 과정 이수, 4학년부터는 중등과정을 학습하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현역 대치동 학원 강사 강모 씨(39)는 “학원 수업으로 일정이 빡빡한 유명강사가 동탄이나 평택에 가서 강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건설사들은 ‘대치동 학원’이라는 타이틀만 앞세워 수요자를 현혹 시켜서는 안 되며 아파트 청약자들도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얼마 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한국의 교육 행태를 꼬집는다. 영화감독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학생들이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해야하는 씁쓸한 상황을 그려냈다. 희극적 요소가 많아 작품 자체는 유쾌했지만 끝 맛은 전혀 개운치 않았다.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번쯤 겪을 만한 이 같은 현실이 눈에 훤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 사회는 학원 교육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 우리 학부모들 머릿속엔 ‘유명 학원=명문대’ 공식이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다. 이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유명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9일 현재까지 962개의 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9일 현재까지 대치 학원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원 수는 총 962개에 달한다. 이중 934개가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학원이다. 하지만 이들 학원이 모두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해당 교육청 학원 담당자는 “주로 학교 교과과목 위주의 보습학원이 많다”며 “학원이 수시로 없어지거나 다시 생겨 숫자 변동이 잦은 편”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치 학원가’라는 문구를 앞세운 광고는 여전히 활개를 친다. 최근에는 수도권 인근 신규 아파트 분양에도 단지 내 ‘대치동 학원’ 유치를 활용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에겐 학군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7월 분양을 마친 ‘반도유보라 동탄2 아이비파크 10.0’,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등은 대치동 학원가 시스템 도입을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서울 생활권과 떨어진 곳임에도 기간 내 청약을 모두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동문건설 분양 관계자는 “평택 최초의 맘스 특화설계와 대치동 명문학원 타운을 선보여 주부들에게 호응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학원 마케팅은 부동산 광고대행사를 통해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단지 광고대행사 측이 제안한 교육 특화 사업에 솔깃해 구체적인 검증 없이 덥석 문 것. 해당 건설사들이 학원 측에 확답을 받은 건 고작 실제 대치동 강사가 전체 수업의 50%를 책임진다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면서 학원 운용을 돕기 위해 2년 간 아파트 내 혹은 인근 상가 건물 임대를 보증하고,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일정부분 학원비 지원까지 해주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치누리교육’이라는 곳과 학원 시스템 도입 협약을 맺었다. 매쓰홀릭, 대치 하이퍼리뷰, 대치스타, WE MATH, ISE 등으로 구성되는 대치누리교육은 해당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로 영어와 수학에 중점을 둔 커리큘럼을 짠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공재국 동문건설 사장(왼쪽)과 양창원 대치누리교육 대표가 교육특화 계약체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동문건설 제공
양창원 대치누리교육 대표는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영어·수학을 대치 학원가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할 것”이라며 “전체 수업의 50%를 실제 대치동에서 수업하는 강사가 강의를 하고 나머지는 지역 선생님들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 전 대전 반석동 한화꿈에그린 아파트에 비슷한 형태로 운영한 적이 있지만 학원생들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했다”며 “따라서 수업 방식은 차후 학원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최적의 커리큘럼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늬만 대치동 학원 일뿐 ‘그냥 학원’을 아파트 홍보를 위해 과대 포장한 것이라고 경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치동 학원 시스템이 특화된 이유는 체계적이고 세밀한 학원생 관리가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대치동은 스타 강사들의 집결지고 ‘규모의 경제’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성향에 맞는 다양한 특성화프로그램이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교습은 최소 100개 이상의 학원이 밀집한 곳에서 과목별로 상담 받아 최적의 학습방법을 찾는 것인데 동탄이나 평택 신규 아파트 단지는 학생 수가 적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치동 일부 학원의 수학 교육은 초등학생부터 일대일 학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 개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내신만이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치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기초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학원 관계자는 “각 과정별 수의 이해부터 초등 전 과정 심화까지 세분화했고 한 반 정원을 5명으로 제한했다”며 “난이도를 달리한 수준별 자체교재를 사용해 초등 3학년까지는 초등수학 전 과정 이수, 4학년부터는 중등과정을 학습하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현역 대치동 학원 강사 강모 씨(39)는 “학원 수업으로 일정이 빡빡한 유명강사가 동탄이나 평택에 가서 강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건설사들은 ‘대치동 학원’이라는 타이틀만 앞세워 수요자를 현혹 시켜서는 안 되며 아파트 청약자들도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비즈N 탑기사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1인 안 받는 이유 있었네”…식탁 위 2만원 놓고 간 손님 ‘훈훈’
- 10만원짜리 사탕?…쓰레기통까지 뒤져 찾아간 커플
- 꿀로 위장한 고농축 대마 오일…밀수범 2명 구속 송치
- 송지아·윤후, 머리 맞대고 다정 셀카…‘아빠! 어디가?’ 꼬마들 맞아? 폭풍 성장
- 한소희 올린 ‘칼 든 강아지’ 개 주인 등판…“유기견이 슈퍼스타 됐다” 자랑
- 공사비 30% 뛰어… 멀어지는 ‘은퇴뒤 전원주택’ 꿈
- 둔촌주공 38평 입주권 22억 넘어…잠실 ‘엘리트’ 추격
- 물 건너간 ‘금리인하’…집값 반등 기대감에 ‘찬물’ 끼얹나
- “팔겠다” vs “그 가격엔 안 사”… 아파트거래 ‘줄다리기’에 매물 月 3000건씩 ‘쑥’
- “AI, 유럽 주방을 점령하다”… 삼성-LG 독주에 하이얼 도전장
- 빚 못갚는 건설-부동산업체… 5대銀 ‘깡통대출’ 1년새 26% 급증
- “옆건물 구내식당 이용”…고물가 직장인 신풍속도
- 사과값 잡히니 배추·양배추 들썩…평년보다 2천원 넘게 뛰어
-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SW 공급망 해킹 늘자 팔 걷은 정부
- IMF “韓, GDP 대비 정부 부채 작년 55.2%…5년뒤 60% 육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