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도 인터넷 날개달아야 보물창고”
동아일보
입력 2016-08-02 03:00 수정 2016-11-29 11:30
국내 온라인 중고서점 1호 ‘고구마’ 이범순 사장의 조언
중앙서적은 1998년 헌책방 최초로 온라인 중고 서점 사이트 ‘고구마’를 개설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 사장은 오프라인 헌책방의 상호도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도록 ‘고구마’로 바꿨다. 그는 “고구마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터넷 중고 서적 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다”며 “온라인 시장 선발주자로서 다른 여러 책방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중고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하루 평균 100명 넘게 찾아오던 손님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금호동 헌책방 자리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사장은 ‘고구마’를 서울에 남기고 싶었지만 높은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경기 화성으로 이사한 뒤 카페, 음악감상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정난에 빠져 올해 5월 문을 닫았다. 10명이던 직원도 지금은 1명밖에 남지 않았다.
헌책방 고구마는 이제 화성 월문초등학교 왼편 담을 따라 걷다 보면 보이는 구석진 자리로 내몰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 창고를 개조한 헌책방엔 고서, 희귀본, 초판본, 만화, 여행책 등 온갖 분야를 망라한 헌책 40여만 권이 2층 높이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이 사장이 32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은 귀한 책들이다.
책방 사정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고구마는 다른 헌책방들과는 달리 적자는 면하고 있다. 이 사장은 “여전히 온라인 고구마 회원 7만여 명과 책을 좋아하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헌책을 찾고 있다”며 “개인 서재를 꾸며 달라는 요청부터 영화 세트장 소품 대여, 교도소 수감자용 책 주문 등까지 의뢰 내용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얼마 전엔 “중국 옌볜(延邊)에서 족보박물관을 하겠다”며 고서적을 사러 온 손님도 있었다.
이 사장은 “많은 헌책방 사장님은 책을 무작정 쌓아놓고 운영하는데 그러다 보니 손님이 찾는 책이 어디 있는지 모를 때도 많다”며 “책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정리하고 인터넷과 연계하는 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책방이 생존하려면 시대 흐름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사장은 “헌책방이 사라지는 이유가 단순히 대형 중고 서점들의 등장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세태가 만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독서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새 책방에서 얻을 수 없는 귀한 책들을 헌책방에서 찾는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화성=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지난달 29일 찾아간 헌책방 ‘고구마’의 이범순 사장. 그는 중고 서점의 위기에도 “독서를 많이 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연스레 헌책방도 살아날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화성=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청년의 꿈은 시인이었다. 시절이 어지럽던 1970년대 말, 그는 김지하 시인의 작품을 비롯한 각종 문학 작품을 찾으려고 전국의 헌책방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헌책과 맺은 인연은 1984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중앙서적’이란 중고 서점을 열면서 30년 넘게 계속됐다. 헌책방 사장 이범순 씨(61) 얘기다.중앙서적은 1998년 헌책방 최초로 온라인 중고 서점 사이트 ‘고구마’를 개설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 사장은 오프라인 헌책방의 상호도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도록 ‘고구마’로 바꿨다. 그는 “고구마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터넷 중고 서적 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다”며 “온라인 시장 선발주자로서 다른 여러 책방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중고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하루 평균 100명 넘게 찾아오던 손님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금호동 헌책방 자리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사장은 ‘고구마’를 서울에 남기고 싶었지만 높은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경기 화성으로 이사한 뒤 카페, 음악감상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정난에 빠져 올해 5월 문을 닫았다. 10명이던 직원도 지금은 1명밖에 남지 않았다.
헌책방 고구마는 이제 화성 월문초등학교 왼편 담을 따라 걷다 보면 보이는 구석진 자리로 내몰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 창고를 개조한 헌책방엔 고서, 희귀본, 초판본, 만화, 여행책 등 온갖 분야를 망라한 헌책 40여만 권이 2층 높이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이 사장이 32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은 귀한 책들이다.
책방 사정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고구마는 다른 헌책방들과는 달리 적자는 면하고 있다. 이 사장은 “여전히 온라인 고구마 회원 7만여 명과 책을 좋아하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헌책을 찾고 있다”며 “개인 서재를 꾸며 달라는 요청부터 영화 세트장 소품 대여, 교도소 수감자용 책 주문 등까지 의뢰 내용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얼마 전엔 “중국 옌볜(延邊)에서 족보박물관을 하겠다”며 고서적을 사러 온 손님도 있었다.
이 사장은 “많은 헌책방 사장님은 책을 무작정 쌓아놓고 운영하는데 그러다 보니 손님이 찾는 책이 어디 있는지 모를 때도 많다”며 “책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정리하고 인터넷과 연계하는 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책방이 생존하려면 시대 흐름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사장은 “헌책방이 사라지는 이유가 단순히 대형 중고 서점들의 등장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세태가 만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독서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새 책방에서 얻을 수 없는 귀한 책들을 헌책방에서 찾는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화성=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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