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 勞철밥통만 지키다간 거덜 난다

동아일보

입력 2016-07-27 00:00 수정 201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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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한국은행이 어제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0%대 성장률이다.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0.4%로 2011년 1분기(―0.3%)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부진을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 여파로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민간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효과가 없었다면 2분기 성장률은 더 부진했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이미 낮췄다. “추가경정예산이 없다면 성장률은 2.5% 안팎”이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예측은 재정의 도움 없이 저성장 극복이 힘들다는 의미다.

경제성장률 하락세는 경제의 기본 실력인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2%대 중후반인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에 이르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암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고 했지만 노동생산성 하락, 설비투자 부진, 경제 전체의 효율성 하락이 겹친 총체적 난국이다.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판매량을 추월했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는 철밥통 지키기에만 골몰한다. 덩달아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만 늘었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빙하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기우만은 아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우파 정권인 영국 독일 스페인뿐 아니라 좌파가 집권한 이탈리아 프랑스조차 고용의 유연화를 뼈대로 노동혁신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노동과 산업구조 개혁이라는 정답을 손에 들고도 주춤거리며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일할 수 있는 인구를 늘리고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개혁은 고통 분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끌긴 힘들다. 그래도 정부가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천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나중엔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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